“안 사는 게 최고 할인”…프랑스 ‘반 블랙프라이데이’ 광고 논란 [특파원 리포트]

안다영 입력 2023. 12. 3. 09:02 수정 2023. 12. 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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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옷을 사러 온 손님. 70% 할인 중인 옷 두 개를 들고는 점원에게 어느 옷이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리느냐고 묻습니다. 점원에게서 돌아온 답은 "둘 다 어울리지 않는다." 당황한 손님이 "그래도 70%나 할인하는데..."라고 말하자, 점원이 이번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소 100% 할인하는 걸 추천해드릴게요." 그러면서 "현재 손님이 입고 있는 옷이 바로 그 최대 할인 상품"이라고 말하며, 옷을 새로 사지 말라고 권합니다. 이어 그렇게 하면 "지구의 자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광고한 ‘반 블랙프라이데이’ 캠페인 중 ‘의류’ 편. 옷을 사려는 손님과 사지 말라는 판매원의 대화 장면.


■ 프랑스 환경에너지청 '과소비 절제' 캠페인 광고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연중 최대 할인 행사,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프랑스 정부가 TV와 유튜브 등에 과잉 생산과 과소비에 반대하는 '반 블랙프라이데이' 캠페인 영상을 올렸습니다. 모두 4편으로 구성된 캠페인 영상은 검소한 소비를 장려하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프랑스 생태전환부(우리 환경부 격) 산하 기관인 환경에너지청이 만들었습니다. 영상에서, 점원은 자신을 '판매업자'가 아닌 '안 파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프랑스어 사전에도 없는 용어입니다. 모든 캠페인에는, '안파는 사람'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꺾어 놓습니다. 아래 '세탁기' 편 영상을 직접 보시죠.

■ 소매업자 강한 반발 "모욕적…광고 철회해야"

캠페인 영상이 공개되자, 소매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프랑스 전역 2만 7천여 개 상점을 대표하는 소매업 협회는 의류 매장이 등장하는 광고를 즉시 철회하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또, 그렇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협회는 "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는 건 일자리를 죽이고, 오프라인 상거래를 죽이고, 패션을 죽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소매업자들 사이에서는 캠페인을 보고 '모욕감을 느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협회는 전했습니다.

프랑스 정부 부처 간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경제부 장관은 생태전환부 주도로 이 캠페인이 전개된 데 대해 "사려 깊지 못하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또 "더 나은 소비를 해야 하지만, 소매업체나 오프라인 매장을 표적으로 하거나, 소비자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도 측근을 통해 당혹감을 표했습니다. 측근들은 보른 총리를 대신해 이 캠페인이 철회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 생태전환부 장관 "구매가 유일한 해결책 아니라는 게 핵심"

반면 생태전환부 장관은 "블랙프라이데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과소비 모델"이라고 비판하며, 캠페인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이 캠페인은 '구매는 나쁘다'가 아니라 '구매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전체 광고 시간과 비교했을 때 이 캠페인의 방송 시간은 0.2%에 불과하다며, 캠페인 철회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주제로,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겨냥했어야 했다며, 캠페인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공략한 건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 캠페인 제작사는 아디다스·코카콜라 광고 대행사

이 캠페인을 제작한 광고 대행사를 놓고도 논란입니다. 캠페인 영상을 만든 회사는 하바스(Havas)라는 다국적 광고·홍보 그룹으로, 현대와 코카콜라, 아디다스, 우버 이츠 등 다국적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하바스가 고객사를 위해 제작한 광고에 거의 매일 노출됩니다. 그런데 구매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회사가 동시에 '과소비 절제' 캠페인 영상을 만든 게 모순적이라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캠페인을 지지하는 청원도 시작됐습니다. 캠페인에 찬성하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는 다양한 제품을 보러 상점에 가되, 생각하고, 알아보고, 망설이고,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질문해보라고 말합니다. 그게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소비 욕구 충족이냐, 소비 절제를 통한 환경 보호냐. 격렬한 논쟁 속에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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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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