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Q 시리즈 수석 합격 도전 나선 임진희, 이소미, 성유진, 홍정민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2023. 12.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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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의 골프 이야기] 박세리·유해란 등 수석 합격자 7명 계보 누가 이을지 주목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별들의 도전이 시작된다. KLPGA 투어에서 우승을 경험한 임진희(통산 6승)와 이소미(5승), 성유진(3승), 홍정민(1승) 등 4명은 12월 1일부터 엿새 동안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 출전한다.

임진희는 11월 12일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을 수확하며 올해 다승왕을 차지했다. [KLPGA 제공]

‘지옥의 레이스' Q 시리즈 강행군

다음 시즌 시드 순위를 정하는 LPGA의 Q 스쿨은 예선인 스테이지1과 스테이지2, 최종전인 Q 시리즈 등 3단계로 구성된다. Q 시리즈는 예선 두 계단을 통과한 선수들과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 랭킹 하위권자들, 세계 랭킹 75위 이내 선수들이 출전한다. 성유진과 홍정민은 KLPGA 투어가 한창이던 10월 미국으로 건너가 스테이지2를 각각 공동 4위, 공동 8위로 마쳐 최종전에 나서게 됐다. 임진희와 이소미는 세계 랭킹 75위 이내 자격으로 출전 티켓을 따냈다.
11월 4일 S-OIL 챔피언십 2023에서 이소미가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Q 시리즈는 그야말로 '지옥의 레이스'로 불린다. 올해 Q 시리즈는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GC의 2개 코스(크로싱스, 폴스)에서 번갈아 4라운드를 진행한 뒤, 컷을 통과한 선수들이 본선 2라운드를 더 치러 최종 순위를 가린다. 지난해까지는 1주일 동안 4라운드씩 총 2주간 8라운드 강행군을 했으나, 올해부터 6라운드 대회로 축소됐다. 하지만 휴식일 없이 엿새 동안 108홀을 돌아야 하는 여전히 힘겨운 싸움이다. 실력뿐 아니라 강인한 체력도 요구된다. Q 시리즈 최종 20위 안에 든 선수는 내년 LPGA 정규투어에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고, 21~45위 선수는 LPGA 투어와 2부인 엡손 투어를 병행하는 자격을 얻는다.

그동안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방법은 비회원 출신으로 LPGA 대회에서 우승한 후 투어 카드를 단숨에 확보하거나, Q 시리즈를 통한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두 가지였다. KLPGA에서 뛰던 2011년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이듬해 LPGA 투어로 직행한 유소연, 같은 대회에서 2015·2020년 우승한 후 유소연의 선례를 따른 전인지와 김아림 등이 비회원 자격으로 다음 시즌 미국에 진출한 경우다. 2017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이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고진영도 마찬가지다. 신지애, 서희경, 백규정도 이 같은 지름길을 통해 세계 최고 여자 선수들이 모인다는 LPGA 무대에 입성했다. 반면 한국인 LPGA 개척자로 불리는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 한희원, 장정, 이미나, 김인경, 최혜정, 최나연, 박희영, 송아리, 장하나, 김세영, 이정은6, 안나린, 최혜진, 유해란 등은 모두 Q 시리즈를 거쳐 미국 땅을 밟았다.

지난 수년간 KLPGA 스타 출신의 Q 시리즈 도전자가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임진희, 이소미, 성유진, 홍정민 등 정상을 경험한 4명이 한꺼번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을 수확하며 올해 다승왕을 차지한 임진희다. 드림투어(2부)를 거쳐 2018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임진희는 상금 랭킹 60위 밖으로 밀려 3번이나 시드전을 치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2020년 다시 드림투어로 떨어졌고, 시드전을 거쳐 복귀한 2021년 BC카드·한국경제 레이디스컵에서 데뷔 4년 만에 첫 승을 따냈다. '무명'에서 벗어난 그는 지난해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올해 마침내 활짝 꽃을 피웠다. 투어 6년 만에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며 4차례 우승과 함께 상금·대상 모두 2위를 차지했고, 평균타수에서도 3위에 올라 '대기만성형'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누구보다 연습량이 많기로 소문난 임진희는 "LPGA라는 큰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만약 LPGA 투어에 진출한다면 세계 랭킹 1위도 노려보겠다"면서 "물론 힘들겠지만 지금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KLPGA) 루키 시즌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성과를 이뤘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성유진이 5월 21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이 확정된 후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성유진은 올 시즌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과 S-OIL 챔피언십에서 2승을 거뒀다. 지난해 KLPGA 투어 롯데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올해 5월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했으나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한 터라 미국 진출 의지가 남다르다. 그는 "처음이지만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고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굳은 다짐을 전했다.

통산 5승을 거둔 이소미는 "1년 동안 준비해왔기에 오히려 기대된다. 덤비지 않고 조심스럽게 시작하겠지만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경기하겠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해 꼭 미국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낸 뒤 올해 우승 없이 준우승 2차례, 3위 1차례를 기록한 '조용한 강자' 홍정민도 결전의 순간만을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다.

Q 시리즈 수석 합격→다음 시즌 신인왕 '꽃길'

홍정민이 7월 2일 맥콜·모나 용평오픈 파이널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KLPGA 제공]
LPGA 투어 못지않게 수준 높은 KLPGA 무대에서 챔피언을 경험한 터라 이변이 없는 한 4명 모두 Q 시리즈 20위 내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간의 이목은 이들 중 누가 한국인 Q 시리즈 수석 계보를 이을지에 쏠리고 있다. 1997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06년 김인경과 최혜정(공동 1위), 2010년 송아리, 2018년 이정은, 2021년 안나린, 2022년 유해란 등 한국은 그동안 7명의 Q 시리즈 수석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번 도전에 나선 선수들은 내심 2018년 이정은, 2022년 유해란처럼 Q 시리즈 수석 합격에 이어 다음 시즌 신인왕에 오르는 '꽃길'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무대에 진출하려는 임진희, 이소미, 성유진, 홍정민의 도전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비시즌 골프팬들의 눈길이 Q 시리즈로 모아지고 있다.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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