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판 흔들린다…11년만에 ‘삼성천하’ 깬 이 기업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12. 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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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80번째 이야기]

반도체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천하삼분지계’는 삼국지의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시한 비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천하가 삼분되면 서로의 힘이 비슷비슷한 세 세력이 서로서로 견제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강해지기도 힘들어져서 불안하면서도 안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죠.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도 ‘삼분지계론’은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1위인 삼성전자와 함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3사가 D램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죠. 헌데 이번 주 오랜 기간 굳건했던 메모리 3사간 국경선에 모처럼 균열이 발생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SK하이닉스 균열을 깨고 삼성 추격
그 주인공은 SK하이닉스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증가와 맞물린 고대역폭 메모리(HBM) 성장세 등에 힘입어 D램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5%포인트 아래까지 좁혔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24.7%로 마이크론(27.2%)에도 뒤지며 3위로 내려앉았으나, 2분기에는 직전 분기 대비 6.3%포인트 오른 31.0%를 기록하며 2위를 되찾았습니다. 이어 3분기에는 다시 4.0%포인트 상승한 35.0%까지 올라섰습니다. 2분기만에 10%포인트 이상 급성장한 것이지요.

35.0%는 2012년 SK편입 이후 SK하이닉스의 역대 최대 시장 점유율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분기 42.8%, 2분기 40.0%, 3분기 39.4%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몰락…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한 남자’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 회장의 64K D램 생산 발표 모습
물론 삼성과 SK하이닉스를 합친 ‘K-반도체’의 영향력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입니다. 전체 시장의 75%에 육박하며 사실상 전체 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물론 처음부터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의 강국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종주국이었던 미국은 인텔 등을 앞세워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D램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80년도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독주 체제로 바뀝니다. 도시바 NEC 히타치 등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엄청난 수율을 뽐내면서 미국 기업을 위협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초저가 정책으로 미국 기업들을 압박했습니다. ‘1차 반도체 치킨게임’이라고 부르는 시기죠.

결국 가격 경쟁에서 밀린 미국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은 D램 생산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독주를 그대로 두고 볼 수만도 없었죠. 미국은 한국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면서 일본을 견제하고자 합니다. 미국이 그렸던 ‘삼분지계론’이었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회장이죠.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교수는 이병철 회장에 대해 “그는 무슨 일을 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묘사했습니다. 이 말처럼 이 회장은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한 도쿄 선언 후 1년 만인 1984년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멈출 줄 모르고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2001∼2008년에는 42∼49%대까지 치고 올라왔죠. 그러던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2차 반도체 치킨게임’이 펼쳐집니다.

파산 선언하는 엘피다
이 2차 반도체 세계대전에서 삼성은 완승을 거둡니다. 2010년 대만과 일본 기업들이 치킨게임을 벌이며 일본 기업인 엘피다가 결국 파산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되면서 시장이 정리됐죠. 80년대 전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이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 퇴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009년 이후 한국의 D램 점유율은 50%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메모리 천하통일의 관건은 ‘HBM’
앞으로도 당분간은 삼분지계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무서운 추격자 SK하이닉스를 두고 삼성전자가 압도적 강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입니다.

특히 HBM 시장에서 한발 앞선 SK하이닉스는 5세대 메모리인 HBM3E 개발에 성공한 뒤 고객사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는 등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HBM3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는 한편 초당 최대 1.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초고성능 HBM3E D램 ‘샤인볼트’를 지난달 선보이는 등 높아지는 AI 시장 요구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역시 HBM 후발주자지만 5세대 제품을 준비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세 줄 요약* Ⅰ 두 차례 치킨 게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메모리 3강 구도가 만들어졌다. Ⅱ 최근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P 이내로 삼성과 격차를 줄이며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Ⅲ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우위를 누가 가져가는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변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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