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탄핵 원했다”는 노무현…나라님들 피해가지 못했던 ‘운명의 시간’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입력 2023. 12. 3. 0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놓고 여야가 벼랑끝 대치를 벌인 끝에 마침내 이 위원장이 사퇴했습니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국정 현안들마다 탄핵을 추진해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이제는 탄핵이 낯설지 않으실텐데요.

올해초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던 게 대표적인 사례죠.

더 멀리보면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탄핵안들이 존재하는데요.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탄핵에 대한 역대 대통령들의 언급을 통해 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민주주의 요건으로 탄핵 강조한 이승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연설문 기록에서 의외로 탄핵에 대한 언급이 많은 편인데요. 국민이나 국회의 판단으로 대통령, 국무위원 등을 탄핵할 수 있다는 탄핵의 기본개념을 설명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왕정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이제 막 민주주의를 도입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다시금 알려주는 차원에서 탄핵을 언급한 것이죠. 초대 대통령으로서의 특징이 연설기록에도 반영된 모습입니다.

일례로 1952년 ‘국회 결의문에 대하여’란 연설을 통해서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의원은 그 책임은 각각 다르나 민국의 공복되기는 일반이니,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거나 민의를 반대할 때에는 국회에서 탄핵조건을 정해서 탈선하지 못하게 하므로 민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군사정권에서는 탄핵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습니다. 유신체제 하에서는 아예 제도가 사라지기도 했었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야 탄핵에 대한 언급이 재개됐습니다.

탄핵역풍으로 총선 압승한 노무현...“야당에서 일부러 탄핵 당했다고 해”
이후 2000년대 들어 온 국민의 뇌리에 탄핵을 각인시킨 사건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일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등 옛 민주당 세력과도 등을 돌린 탓에 국회에서 무려 193명이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탄핵안이 가결됐는데요.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중 일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로 노 전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갔지만,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고 야당들에 대한 국민 반감만 커지게 됐죠. 그결과 이어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총선이 끝난 뒤에는 당시 야권에서 노 전 대통령이 일부러 탄핵을 당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을 정도입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연설기록에도 수차례 등장하는데요. 그는 2007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번 탄핵도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이 낭패를 보긴 했지만 제가 꾸민 공작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 한 것 아닙니까”라며 “그들 스스로 뛰어들어 놓고 그 이후에 저를 마치 큰 공작의 대가인 것처럼 계속 그렇게 얘기한단 말이지요. 높이 평가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저는 결코 정략으로 정치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탄핵 당시의 심정을 2년 뒤에 밝힌 대목도 흥미로운데요.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취임 3주년을 맞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카드사태 등으로 경제위기가 닥친 가운데 탄핵까지 겹치자 “너무나 무거운 짐에 가위눌린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때로는 제 운명에 절망한 적도 있었습니다”라며 “2004년 탄핵 때는 차라리 제 정치적 운명이 거두어지기를 바랐던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에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할 때 탄핵할 권리도 자신의 힘으로 보여줘”
지난 2016~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할 수 있게된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인데요. 문 전 대통령은 이같은 사건 자체는 비극적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나선 부분을 높이 평가하는 연설기록이 많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서양협의회 세계시민상 수상’ 연설을 통해 “(한국)국민은 독재정권이 빼앗았던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권리도 자신의 힘으로 되찾았고, 대통령이 잘못할 때 탄핵할 권리도 자신의 힘으로 보여 줬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과 각종 기록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90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물을 구독하시면 매주 정치현안에 대한 흥미있는 기사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