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걸리면 큰일난다”…정부 물가 단속에 유통家 ‘초긴장’
기업들 “시장개입 과해…우리만 독박 쓴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달 27일 주요 제품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이달부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나절 만에 번복했다.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으나, “민생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게 오뚜기의 설명이었다.
당초 오뚜기는 분말 카레와 분말 짜장, 쇠고기 스프 등 24종 제품의 편의점 판매가를 조정할 계획이었다. 분말 카레와 분말 짜장 제품(100g)의 가격을 2500원에서 2800원으로, 크림스프와 쇠고기스프 등 스프류 가격(80g)을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올리는 식이었다.
반나절 만에 가격 인상이 철회된 데 대해 식품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정부 ‘눈치 살피기’에 들어갔다는 평이 나왔다. 정부가 기업들에 소비자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한 데다 빵과 우유, 과자 등의 가격을 연일 점검하고 있어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압박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애초에 가격 인상을 발표하기까지도 (오뚜기가) 많이 고심했을 건데 다시 생각해도 ‘아니다’ 싶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연초부터 소비자가격을 인상하지 말아 달라고 기업들에 거듭 요청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직접 단속에 나선 건 다소 과한 면이 없지 않다”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2일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의 주재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한국소비자원과 여러 소비자단체도 함께 자리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숯불향 바비큐바’의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였고, 해태제과 역시 ‘고향만두’ 중량을 415g에서 378g으로 줄였다. 또 풀무원도 ‘냉동핫도그’ 1봉지당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였다가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강경 기조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불만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이나 세제 혜택 등 지원방안 없이 압박만 이어가고 있어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기업이 가격결정권을 쥐는 게 온당하다. 대신 그에 따른 시장의 반발 등 소비자 피드백도 기업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총선 전 생색내기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초적인 식자재나 원유 등 기업과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품목을 정부가 우선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지금 잘못 걸리면 브랜드 이미지 나락 간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고 부연했다.
관련 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압박으로 소비자물가 상승 폭은 다소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일 열린 ‘제34차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제4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11월 물가상승률은 10월보다 상승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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