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변호사, 6살 동생 밑으로…워런 버핏의 오른팔 ‘이 남자’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33][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28] 찰리 멍거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빌 게이츠와 폴 엘런. 조던과 잡스, 게이츠는 사실 모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계적인 유명 인사입니다. 각각 시카고 불스를 이끈 슈퍼스타, 애플의 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죠. 그렇다면 피펜과, 워즈니악, 엘런은 누구일까요? 잘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긴가민가 알쏭 달쏭 헛갈리실 분들도 일부 계실 겁니다. 이들은 조던과 잡스, 그리고 게이츠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왕조를 구축했던 동반자입니다. 피펜은 조던과 함께 6차례의 NBA 우승을 함께했고 워즈니악과 엘런은 각각 잡스와 게이츠와 회사를 창업한 공동창업자들입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문 투자자입니다. 워런 버핏은 1965년 섬유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해 투자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이후 6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며 입지 전능한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가치투자와 복리 수익률로 대표되는 워렌 버핏 투자법은 그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줬습니다. 현재 워런 버핏은 1225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5위 부자(2023년 포브스 기준)입니다. 빌 게이츠보다 자산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에겐 위대한 동반자, 바로 찰리 멍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았던 그는 돌연 학교를 중퇴해버리고 입대를 택합니다. 1943년, 생일이 얼마 지나지 않은 추운 겨울날 그는 미 육군 항공대에 지원해 중위로 부임했습니다. 그는 전투기 출격을 위한 기상 예측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특히 입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우수 인재로 분류된 그는 군으로부터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캘텍(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기상학을 공부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찰리 멍거는 이렇게 자의와 상관없이 캘텍이 있는 패서디나에 도착했고 그는 이 곳을 제2의 고향이라 부르게 됩니다. 캘텍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친 그는 돌고 돌아 결국 아버지가 졸업한 하버드대 로스쿨로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우등성적으로 졸업하며 가업인 법조인이 되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멍거는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하며 한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962년 그는 ‘Munger, Tolles & Olson’이란 법무법인을 설립하며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약합니다.
여기 저기서 투자금을 확보한 멍거는 ‘Wheeler, Munger & Company’라는 투자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전문 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멍거는 1962년부터 1975년까지 연간 19.8%의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며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잘나가던 회사는 마지막 큰 손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1973년과 1974년 각각 32%와 31%의 손실을 본 회사는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1976년 문을 닫습니다.
멍거는 1984년부터 2011년까지 현재는 버크셔의 자회사인 금융투자사 웨스코 파이낸셜의 CEO 겸 회장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멍거는 “내가 매우 잘 알고 있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보유하면 장기적으론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라는 장기 투자의 원칙을 강조하며 가치투자의 원칙을 정립해 나갔습니다. 또한 현재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유명해지기 이전, 찰리 멍거는 웨스코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아왔습니다.
그가 제2의 고향으로 삼으며 평생을 보낸 패서디나에 위치한 웨스코 파이낸셜은 이 곳 패서디나 주주총회를 개최해 매년 주주들과 투자 전략에 대해 난상토론을 열고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인터넷도, SNS도, 유튜브도 없던 당시 회사 회장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투자 철학을 공유할 그런 자리는 드물었고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리는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로 발전하게 됩니다.
사실 버핏과 멍거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맞닿아 있었습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은 동네친구입니다. 그 둘은 한 블록 떨어진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버핏은 평생을 오마하에서 거주하며 ‘오마하의 현인’이란 별명을 얻었고 당연히 찰리 멍거 역시 오마하 출신입니다. 재미있게도 멍거는 10대 시절 버핏의 할아버지 어니스트 버핏이 운영하던 ‘Buffet & Son’이란 식료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결국 만날 운명이었습니다.
이들은 1959년 멍거가 35세가 됐을 때 만나게 됩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멍거는 우연히 오마하 클럽에서 점심을 먹으며 버핏을 만나게 됩니다. 버핏의 당시 나이는 29세. 멍거는 버핏보다 6살이나 많았지만 서로의 가치관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일치하며 이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찰리 멍거가 2023년 11월 28일, 99세의 일기로 숨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1960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두 노년의 투자 철학자들의 목소리에 월가와 전 세계 투자자들은 매년 귀를 기울여 왔습니다. 세상의 발전 속도와 투자 전략의 변화 속도는 분초 단위로 달라지고 발전하고 있음에도 한자리에서 수십 년을 지켜온 두 현인으로부터 배울게 있다는 뜻이었겠죠. 물론 워런 버핏과 찰리 멍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역시 많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누구보다 투자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귀감을 준 찰리 멍거의 지혜에 귀 기울여 볼까 합니다.
찰리 멍거가 숨을 거둔 직후, 그의 오랜 친구 워런 버핏은 아래와 같이 성명을 발표하고 그의 죽음을 추모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찰리 멍거의 영감, 지혜, 그리고 참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존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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