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 갈까 울렁다리 갈까 원주 천혜 절경 즐기는 소금산그랜드밸리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가파른 계단 올라 출렁다리 건너면 ‘짜릿짜릿’/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린 소금잔도 ‘간담 서늘’/국내 최장 404m 울렁다리 서면 가슴이 ‘울렁울렁’/치악산둘레길 ‘싸리치옛길’에선 고즈넉한 힐링 즐겨
원주는 강원도이기에 멀게 느껴지지만 수도권에서 원주는 생각보다 가깝다. KTX 덕분이다. 주말에 승용차로 가면 2시간 정도 걸리지만 KTX를 이용하면 서원주역까지 서울역에서 1시간을 살짝 넘기고 청량리역에선 50분이 채 안 걸린다. 서원주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원주의 핫플레이스 간현관광지까지 불과 5분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말 당일치기 나들이에 최적화된 여행지다.
섬강을 가로지르는 간현교 입구에서부터 감탄이 쏟아진다. 푸른 섬강과 삼산천이 만나는 지점에 40∼50m 높이로 솟아오른 오형제바위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다. 과연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노래한 것처럼 섬강의 수려한 절경은 흠뻑 빠지고도 남겠다.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은 ‘흑수로 도라드니 섬강은 어듸메오 치악이 여긔로다’라며 섬강을 칭송했다.
잔도는 전 세계적으로 외진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길을 뚫을 수 없으니 험한 벼랑에 선반을 매달 듯, 위태롭게 보행할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해 인도로 활용한다. 국내에는 2021년 11월 개통된 강원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가 대표적이다. 높이 30∼40m 절벽에 설치한 잔도는 3.6㎞로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소금잔도는 총길이 360m로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보다 짧지만 공포감은 남다르다. 훨씬 높은 200m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금산 정상 바로 아래 절벽을 끼고 도는 소금잔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디딘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니 짜릿한 스릴에 작아진 실눈은 더욱 감긴다. 하지만 공포감도 잠시, 감탄이 쏟아진다. ‘작은 금강산’ 소금산을 휘감아 도는 삼산천의 아름다운 절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고 저 멀리 백운산과 치악산 자락도 아스라이 펼쳐진다. 잔도를 걸어야만 만날 수 있으니 무섭지만 오길 잘했다.
◆싸리치옛길에서 즐기는 고즈넉한 힐링
역동적인 소금산그랜드밸리와 달리 치악산둘레길은 만추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요즘 한 해를 돌아보면 고즈넉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모두 11개 코스로 구성된 거칠고 투박한 길로 사계절이 뚜렷한 팔색조 매력을 보여준다. 치악산 외곽을 시계방향으로 걷는 둘레길은 등산로, 샛길, 임도, 둑길, 옛길, 마을길 등 기존의 길들을 연결했다. 또 최대한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내고 다듬었기에 어르신과 아이들도 쉽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11코스는 모두 139.2㎞에 달하며 걷기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코스마다 코스안내표식, 길잡이 띠, 스탬프 인증대를 설치했다.
무엇보다 치악산 자락의 아름다운 숲과 맑은 계곡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중부지방 내륙산간에 있는 치악산은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동쪽은 횡성군, 서쪽은 원주시와 접한다. 또 남쪽의 남대봉과 북쪽의 매화산 등 1000m가 넘는 고봉들 사이에 가파른 계곡들이 있어 예로부터 산세가 뛰어나고 험난하기로 이름이 높다. 덕분에 깊은 숲 속에서 오로지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둘레길 곳곳에서 천년고찰 구룡사, 운곡선생과 태종 이야기 등 소박한 삶의 체취와 역사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그중 단종과 김삿갓이 넘은 길이 7코스 싸리치옛길이다. 유배지인 영월로 향하던 16살 단종은 군졸 50명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눈물을 훔치며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중간쯤에서 만나는 싸리치옛길 표지석 뒤에는 단종의 사연이 빼곡하게 적혔다. 서민들에겐 삶의 애환이 깃든 길이다. 과거 소금, 생선, 생필품을 팔러 다니던 통로로 서울과 영월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싸리치옛길은 석기동∼신림중∼용암교∼용소막성당으로 이어지며 9.8㎞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신림면 신림리에서 황둔리로 넘어가는 옛길로 산굽이를 돌 때마다 싸리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싸리치(싸리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버스가 다니던 싸리치는 1988년 황둔리로 가는 88번 국도가 새로 개통되면서 명칭도 싸리치옛길이 되었다. 빛바랜 낙엽과 솔잎이 쌓이고 쌓여 어머니 품처럼 푹신한 싸리치옛길을 걷는다.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이름 모를 새소리는 가슴에 고요한 평온을 안긴다.
원주=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