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오픈AI의 봄’을 둘러싼 반란과 혁명 사이 [권상집의 논전(論戰)]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샘 올트먼의 해고와 복귀 소식은 전 세계 뉴스를 모두 장악했다. 1985년생, 40세 미만 경영자의 복귀와 해고로 특정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일 정도였다. 국내 언론은 앞다퉈 오픈AI와 천재 경영자의 혁신, 발자취를 보도했지만 그의 복귀와 해고에는 '오픈AI의 봄'을 둘러싼 미묘한 대립이 숨겨져 있다. 2024년 오픈AI의 봄을 둘러싼 패권 경쟁의 내막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이사회는 샘 올트먼을 왜 해고했을까
올트먼은 기술이 유발한 문제는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기술 숭배주의자 또는 다른 의미에서 기술 가속주의자(Accelerationism)다. 실리콘밸리는 기술 숭배주의 또는 가속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영역이고 그 최정점에 오픈AI가 존재한다. 그리고 오픈AI는 챗GPT를 출시해 2023년 한 해를 챗GPT로 장식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과 현실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동안, 챗GPT는 인간의 노동력과 사고력을 대체해 나갔다.
AI(인공지능)가 대세가 되면서 아이러니하게 인간은 점점 기계를 닮아가고, 기계는 점점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AI로 인간의 사고력과 노동력을 측정·평가하면서 기업들은 AI로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성과를 측정하고 거짓말 유무를 테스트한다. 여기에 맞추기 위해 인간은 AI 평가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 AI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AI는 지속적으로 개발을 거듭하며 인간의 창의력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그사이 기술의 불안정성 그리고 기술에 종속되는 사회 등 디스토피아 이슈가 부각되자 올트먼은 '오픈AI 투어 2023'이라는 이른바 월드투어에 나섰다.
지난 6월, 올트먼은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가짜뉴스,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그리고 AI가 인류의 통제력을 넘어설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올트먼은 확신에 찬 반론을 펴며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를 제시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약속했고 기술이 뺏어갈 일자리보다 첨단기술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은 주관적 예언이 아닌 객관적 예측이라고 강조했다. 샘 올트먼의 발언에 세계는 다시 안정을 되찾아갔지만 여전히 오픈AI 내부에선 그의 생각에 대해 찬반이 격렬히 대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에 반대한 이사회는 올트먼을 정조준하며 혁명을 시도했다.
이사회를 통해 올트먼의 해고를 주도한 인물은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다. 대중은 올트먼을 챗GPT의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실제 챗GPT 개발을 기획하고 만든 사람은 수츠케버다. 그리고 그는 엔지니어임에도 기술 숭배주의, 기술 가속주의를 늘 경계한다. 이타주의자 겸 인본주의자인 그는 기술의 인류 파괴와 대체를 우려한다. 기승전은 같지만 올트먼과 수츠케버가 바라본 오픈AI의 결은 다르다. 수츠케버의 생각을 지지한 이사회는 주도면밀하게 움직였고, 마침내 '기술 만능'을 부르짖는 올트먼을 내쫓는 혁명(?)에 성공했다.
참고로, 오픈AI는 비영리 단체다. 글로벌 기술혁명을 주도하고 기업 가치가 110조원을 돌파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과 위상을 자랑하지만 오픈AI는 비영리 단체의 숙명상,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챗GPT의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더 많은 컴퓨팅 능력이 필요한 올트먼은 MS의 투자를 원했다. 올트먼이 해고된 후 마이크로소프트(MS)로 이직한 이유다. 이미 올트먼과 MS의 밀월관계는 물밑이 아닌 물 위에서도 거침없이 이어진 상황이었다. MS는 현재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 넘게 투자해 49%의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다. 오픈AI 이사회의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올트먼은 우군인 MS와 동맹을 맺었다. 또한, 올트먼은 오픈AI 임직원들의 지지와 지원이 자신의 우군이 될 것으로 확신해 반격에 나섰다.
11월17일 올트먼의 해고부터 21일 올트먼의 복귀까지 진행된 5일간의 역사는 2024년 오픈AI의 봄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었다. 17일부터 시작된 올트먼의 해고와 복귀는 21일 종료되며 올트먼의 승리로 끝났고 5일간 이어진 이사회의 반란은 종료됐다. 오픈AI 임직원들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올트먼의 복귀가 없다면 퇴사하고 MS로 옮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비율이 무려 95%에 달했다.
챗GPT의 실제 아버지였던 수츠케버는 기술만능주의와 기술에 의한 인류 종속을 우려하는 마음으로 혁명을 주도했지만,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고 오픈AI 임직원들의 마음도 돌리지 못했다. 올트먼의 해고를 시장에선 황당하게 받아들였고, 그의 해고 소식 후 3일 만에 오픈AI 임직원들은 집단 퇴사를 전제로 항의에 나섰다. 수츠케버는 공익성을 중시해 행동에 나섰지만 시장과 임직원들은 혁명을 반란으로 간주했다.
이사회의 반란일까, 혁명일까
이번 대립은 오픈AI의 설립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 '안전하게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목표와 가치를 중시한 수츠케버와 수익성을 중시하며 기술 고도화에 나선 올트먼은 함께하기 어려운 파트너였다. 올트먼을 축출하며 2024년 오픈AI의 따뜻한 봄을 기대한 이사회는 전격 교체됐고, 올트먼의 측근들로 이사회는 새롭게 구성됐다. 그들은 시장을 향해 2024년 오픈AI의 봄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다.
인류를 대체할 수 있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일반 인공지능)의 등장은 시기가 점차 앞당겨지며 2032년 도래할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올트먼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이테크 기업들과 협력하며 AGI에 한걸음 더 다가서려 하고 있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수츠케버는 무리수를 자초하며 신념에 가까운 혁명을 진행했다. AGI의 미래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시장은 올트먼의 생각을 지지했다.
쿠데타 세력과 이를 진압하기 위해 대립한 군인들의 비극적 역사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샘 올트먼의 이직과 복귀로 알려진 이번 패권 다툼도 실은 '오픈AI의 봄'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었다. 1979년 서울의 봄 이후 상황을 우리는 잘 알지만 2024년 오픈AI의 봄이 그려 나갈 미래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그 미래가 장밋빛인지 잿빛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의 시계추는 한층 더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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