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文, 말장난 말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죄하라”
“진정한 복수 꿈꾼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법원 판결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2일 문 전 대통령에게 “국민께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김미경)는 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을 포함해 12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문 정부 청와대가 지난 2018년 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씨가 출마한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씨를 당선시키기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의 비위 혐의를 수집하고 경찰에 김 시장을 겨냥한 표적 수사를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선고에 대해 직접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달 1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이 전 지검장은 2020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이 이 사건 관계자들을 기소하겠다고 세 차례 보고했으나 결재를 보류하면서 사실상 기소를 막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지휘부와 중앙지검 수사팀 등을 불러 회의한 뒤 기소를 결정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듬해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지검장이 지난달 출간한 책 ‘꽃은 무죄다’를 거론하면서,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지냈지만, 지금 검사들의 세상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검사 이성윤의 야생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편(이 전 지검장)은 아내를 위해 야생화를 찾아주고, 아내는 그 꽃을 화폭에 담아 꽃 세밀화를 그리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이 전 지검장은) 야생화 지식이 전문 연구가 수준을 넘어, 한국 특산 야생화의 학명에 일본 이름이 들어 있는 사연 등 배울 점도 많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서 “저자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福壽草)의 강인함에서 절제와 인내를 배우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수(福壽)를 꿈꾼다”고 했다. 이 전 검사장의 책 중 한 장(章)인 ‘복수초, 복수를 꿈꾸는 인내와 사랑’을 인용한 것이지만,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이 ‘복수’(復讎·원수를 갚음)의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진정한 복수’를 언급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2일 신주호 상근부대변인 명의 논평으로 “문 전 대통령은 선거 공작의 배후와 몸통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침묵을 지키더니, SNS를 이용해 갑자기 이 전 지검장의 책을 추천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지검장은 지금 검사들의 세상에서 고초를 겪는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치검사의 전형적인 행보를 보여줬던 이 전 지검장이기에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며, “문 전 대통령은 정권의 수장이었음에도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대한 법의 심판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 주권을 유린한 선거 공작의 배후, 국민들의 시선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책을 추천하며 ‘복수’라는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민주주의 파괴 시도에 대한 국민적 물음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친문 검사를 두둔하며 송철호 전 시장과 황운하 의원 뒤에 숨으려는 자세는 전직 대통령이 보여서는 안 되는 비열한 모습일 뿐”이라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법원의 선고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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