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국물에 부드러운 포만감… “쌀쌀할 땐 쌀국수”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작은 바 테이블로 시작 2년전 확장 이전
국물 끓는 시간엔 창문 가득 뿌연 김 서려
맑은 국물에 대파·숙주·양지 가득 올라간
육향 가득한 양지쌀국수 추위 녹이기 제격
고수 추가해 올려 먹으면 맛도 향도 두배

오랜만에 회기동에 방문했다. 2015년 처음 가게를 차렸던 회기동은 3년 전 가게를 이전하고 난 후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터줏대감 같던 오래된 가게들도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겪은 젊은 소비자층과 빠르게 바뀌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는 쉽지 않은 듯 변화에 맞서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대학 상권은 졸업을 하는 이들과 새롭게 들어오는 이들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만 살아남는 변화에 민감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렌드를 좇는 음식이든 트렌드를 좇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든 둘 중에서 어중간하게 방향성을 잡는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 바로 회기동 대학 상권이다. 2015년 처음 회기동에 레스토랑을 차릴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은 파스타 가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픈하고 약 5년 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또 그동안 결혼도 하며 내 인생 속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기간 중 하나로, 회기동은 생각이 많을 때면 들르는 고향 같은 곳이다.
가게를 운영할 때 바쁜 점심 영업 시간을 보낸 요리사의 늦은 식사 시간은 하루 중 제일 기다리는 시간 중에 하나이다. 한정된 시간 속에 멀지 않은 곳을 찾으러 맛집을 헤매고 다녔다. 만두 칼국수집, 계란말이가 나오던 김치찌개집, 제육볶음에 된장찌개가 나오던 백반집, 지하에 있던 부대찌개집, 매운 고추가 들어간 참치김밥집 등 5년 동안 회기동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안 가 본 맛집이 없는 것 같다.

하마 쌀국수의 양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면을 밥으로 치면 두 공기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밥보다 더 부드럽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먹는 피로도가 작다. 맑은 국물에 송송 썬 대파와 숙주, 부드럽게 삶은 양지가 가득 올라간 쌀국수에 고수를 추가해 올려 먹으면 맛이 더욱 좋다. 육향 가득한 국물은 해마다 맛을 더해 가는 듯, 허기진 배를 따뜻하게 데운다. 예전보다 간이 조금 세진 것 같지 않으냐는 사장 질문에 딱 좋다는 대답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세련된 표현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간이 세진 게 아니라 더 깊어진 것 같다는 표현이 적절했는데 말이다. 아직도 맛 표현에서 부족함을 느끼기에 조금 부끄럽지만 어떤 음식들은 그저 맛있다, 딱 좋다는 말 말고는 생각나는 말이 없다.

베트남 쌀국수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다양한 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수프 포토푀(pot-au-feu)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흥미롭다. 19세기 프랑스 식민 시절 포토푀가 베트남에 소개되었고 베트남식 조리 방법이 더해져 지금의 쌀국수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육수를 끓이는 방법이 굉장히 유사하고 또 넣는 향신료에 따라 맛이 비슷하기에 실제로 포토푀에서 유래되었든 아니든 분명 영향은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초에 처음 소개되었다. 깔끔한 국물 맛과 쌀로 만든 국수로 그 당시에 유행했던 웰빙 문화 흐름에 편승해 큰 인기를 누렸다. 실제로 맛도 좋고 건강하기에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메뉴 아닐까 싶다. 국물을 내는 방법도 간편하다. 소 꼬리, 양지, 사태 등의 고기를 천천히 삶아내어 국물을 우리고 향신료, 향채 등을 넣어 맛을 내면 된다. 또 피시 소스인 느억맘을 첨가하면 이국적인 감칠맛이 돈다. 우리로 치면 국물에 액젓을 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재료>
다진 새우 150g, 다진 양파 30g, 다진 마늘 15g, 카레 가루 5g, 소금 약간, 바질 2장, 밀가루 30g, 계란물 100g, 빵가루 50g, 튀김 기름 1ℓ
〈만들기〉
① 다진 양파, 다진 마늘, 다진 새우를 섞어 치댄다. ② 카레 가루, 소금, 다진 바질을 더한 후 빚는다. ③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묻힌 후 노릇하게 튀긴다.
김동기 그리에 총괄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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