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응답하라 46” 공천전쟁이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전국 204개 지역구의 당원협의회 중 하위 46곳(22.5%)에 대해 내년 총선 공천 배제(컷오프)를 권고하는 당무감사 결과를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당무감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에 꾸려질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해 본격적인 공천 심사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바야흐로 국민의힘 공천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사실 이미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윤핵관 등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권유로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이번 당무감사 결과 컷오프 대상이 된 46개의 해당 지역구 현직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은 알 것 같은데, 아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상 지역구가 어디인지 궁금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응답하라 46”
국민의힘 공천전쟁의 또 다른 전장(戰場)은 이준석 신당과 공천 탈락한 현역의 무소속 출마다. 이준석 신당은 이미 가시권에 접어든 모양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어설픈 통합 시도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준석 전 대표의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도 신당행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특히 대구 출마를 시사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가 국민의힘 텃밭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도 관심사다. 여기에 공천 탈락 시 무소속 출마를 불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 현역 의원들의 향후 행보다. 이들이 선전하게 되면 국민의힘 지지기반에 무너질 수도 있다. 공천전쟁의 후과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호남권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에는 입지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친명과 비명 간의 대립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친명끼리라고 해도 공천권을 두고는 양보가 없다. 친명계의 구심력이 강화될수록 ‘반명계’ 의원들의 반발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 등 이른바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은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은 그만둬야 한다”라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전장에 이낙연 전 대표도 뛰어들었다. 그는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것은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라면서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당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전쟁의 전장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도 격돌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 등 75여 명의 의원들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하면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전과 같은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는 지난달 28일 유튜브를 통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면서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가 선거에 불리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직접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치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은 지역구 유권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본선을 치를 수 있다. 치열한 공천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물론 공천에서 배제된 사람이 무소속으로 도전할 수는 있지만, 한국 정치현실에서 단기필마로 당선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공천권을 따내려고 혼신을 다하는 것 아닌가. 12월이다. 총선이 4개월 정도 남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공천전쟁에 돌입하는 순간이다. 공천전쟁은 우선 치열한 샅바싸움부터 시작된다. 전쟁에서 초반 기선을 잡는 것이 중요하듯, 12월은 누가 기선을 잡고 공천전쟁을 유리하게 이끌 것인지 윤곽이 드러나는 때이다. 동시에 분열도 현실화된다.
지난 두 차례의 총선 공천과정을 돌이켜 보면, 2015년 12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은 민주당과 안철수 국민의당으로 분열됐다. 결과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없이 민주당이 1석 차이로 승리했다. 김무성 대표의 옥쇄 파동은 당시 여당의 공천전쟁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야권의 분열에도 안철수 신당은 호남권을 휩쓸면서 제3당으로 부상했고, 국회는 3당구도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고 치렀던 제21대 총선은 제3당의 출현을 위해 시도된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 등장으로 준연동제 본래 취지를 무력화 시키면서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되었다. 참패한 야당은 무기력하게 끌려가다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2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당연히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동시에 제21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다. 본선 전에 치러지는 각 당의 공천전쟁 역시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권력자의 의도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분열과 재결합이라는 이합집산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공천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은 이번 국민의힘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응답하라 46”도 관심이지만, 이번 공천전쟁을 통해 지지할 정당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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