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폭주족 막자는데 “뇌물 폭주해서 안돼”…얼마나 심하길래 [신짜오 베트남]
그러다 어느덧 퇴근길이 되었고 거리는 밀려드는 차량과 오토바이로 여느때와 다름없는 심각한 교통체증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인도에서 바라보며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인 저 거리에서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던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때 저는 그럴 생각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을 일찍 알아야 했습니다. 엄청난 부피로 몸집을 불린 오토바이 부대가 차도를 넘어 인도까지 점령을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오토바이 부대에 밀려 한 가게 안으로 거의 떠밀리다시피 들어가 음료를 한잔 시키고 퇴근시간이 끝나기만을 울며 겨자먹기로 기다려야 했습니다.
베트남 국민소득이 올라가며 차량 판매 속도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오토바이는 베트남에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입니다. 베트남의 많은 청소년들은 갓난쟁이 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오토바이에 올라타 오토바이와 하나가 되는 노하우를 배워나갑니다.
초원에서 자라는 몽골 아이들이 말을 잘 타는 것처럼, 베트남에 사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오토바이 타는 법을 몸에 익혀갑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오토바이 사고를 많이 내는 탓에 요새들어 이게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학생들에게 오토바이 관련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 참에 아예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배기량 50cc 이하 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오토바이) 운전면허 취득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18세 이상의 개인은 면허증없이 50cc 이상의 오토바이를 몰 수 없습니다. 다만 50cc 미만 전기자전거의 경우 16세 이상은 면허없이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교통당국은 교통사고의 대다수가 면허 없이 소형 오토바이나 전기자전거를 모는 청소년이 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기량이 작을 뿐 전기오토바이나 스쿠터도 시속 50km 가까운 속도를 내는데는 문제가 전혀 없는데, 충분한 교통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아 사고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16~18세 청소년을 상대로 별도의 자격증을 신설해 철저한 교육에 나서자는 게 일각의 주장입니다.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허울뿐인 교통안전 교육을 하는게 전부라 도로에 뛰어들어 운전하는 청소년이 도로신호체계도 잘 모르는 채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규제가 도입되면 청소년 오토바이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오토바이 판매가 줄어들거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베트남자동차운송협회 등 일선업체에서 규제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의 논리를 제기하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규제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 주장하면서 ‘해당 규제때문에 면허를 발급받기 위한 뇌물이 오고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시키고, 부모가 헬멧 착용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가르치는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내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아직까지 베트남 행정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오기엔 적잖은 시간이 걸릴거란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안전과 직결된 운전면허제도에도 뇌물이 먹혀들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50cc 오토바이가 도로를 달릴 때 그 속도는 배기량 1200cc 짜리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다. 위험성을 봐도 50cc 오토바이가 더 위험하다. 큰 차보다 방향 전환이나 역주행이 더 쉽기 때문이다”는 댓글은 현재 베트남의 도로사정을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치열한 로비를 뚫고 관련 규제가 베트남 생활에 정착할 수 있을까요. 이번 논의는 베트남의 안전의식을 평가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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