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으로 변한 초원의 들소들…올해의 환경사진상

곽노필 기자 입력 2023. 12. 2. 09:15 수정 2024. 1. 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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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처한 지구와 극복 노력 담아
천 마디 말보다 강렬한 메시지 전달
올해의 환경사진상 ‘1.5도 지킴이’ 부문 1위 ‘들소들의 가뭄 살아남기’. Md Shafiul Islam/CIWEM

자연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사진 공모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달리 영국의 국제 환경 자선단체 시웸(CIWEM=Chartered Institution of Water and Environmental Management)이 주최하는 ‘올해의 환경사진상’은 자연이 직면한 위기에 초점을 맞춘 공모전이다.

16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됐다. 출품작 다수가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과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담았다. 올해는 159개국 사진작가들이 경쟁에 참가했다.

대상은 단백질식품으로 쓰기 위한 곤충 사육장 사진이 차지했다. 이탈리아 토리노대 연구진이 대체식품 연구용으로 기르고 있는 이 곤충은 북미가 원산지인 아메리카동애등에(Hermetia illucens)로 파리의 일종이다. 병사파리(soldier fly)라고도 불린다. 사진 속의 등에들은 곧 송어와 닭의 사료로 쓸 단백질 분말로 바뀌게 된다.

이 곤충은 물과 토양을 매우 적게 쓰면서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식품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주면 되기 때문에 순환경제에도 기여한다고 주최쪽은 밝혔다. 국내에서도 제주 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가 이 곤충을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음식 쓰레기 먹고 단백질 돌려주는 곤충

올해의 환경사진상 대상 ‘등에 사육장’. Maurizio di Pietro/CIWEM

‘1.5도 지킴이’ 부문에선 장기간 가뭄으로 메마른 초원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방글라데시 북부 가이반다 지역의 들소 무리 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가뭄으로 풀이 다 죽어버린 초원이 마치 사막을 방불케 한다. 1.5도는 유엔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설정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억제 목표치다. 작가는 “모래밭이 된 초원에서 반사된 햇빛이 강해 적절한 노출로 사진을 찍는 것이 어려웠다”며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의 환경사진상 청년 부문 1위 ‘물난리’. Solayman Hossain/CIWEM

그러나 우기가 되면 갑작스런 홍수로 온세상이 물바다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21살 이하만 참가할 수 있는 젊은 환경 사진작가 부문에선 홍수로 물에 잠긴 도로 위를 이동하는 들소 무리와 농부를 담은 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18살 작가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마을에서 드론으로 촬영했다.

올해의 환경사진상 자연 회복 부문 1위 ‘한밤의 산호’. Anirban Dutt/CIWEM

자연 회복 부문에선 스스로 빛을 내는 희귀 발광 생물체인 산호가 1위를 차지했다. 사진작가가 카리브해 아루바 앞바다에서 야간 다이빙을 하면서 자외선 광원 아래서 촬영한 사진이다.

작가는 “해양 생물을 방해하지 않는 특수 다이빙 조명을 사용했는데 산호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생물체의 발광은 바다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자연 현상”이라며 “이 사진은 해양 생물의 경이로움과 연약함, 그리고 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말했다. 산호는 해양 생태계의 중심에 있지만 기후 변화, 해양 오염 및 서식지 파괴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먹이 찾아 도시로 날아온 까마귀

올해의 환경사진상 ‘내일을 위한 적응’ 부문 1위 ‘침입자’. Anirban Dutta/CIWEM

‘내일을 위한 적응’ 부문에선 인도 서부 벵골의 한 주유소 조명 아래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무리비행을 하고 있는 흰개미들을 잡아먹는 모습을 담은 사진 ‘침입자’가 1위를 차지했다.

흰개미의 무리비행은 몬순이 시작되기 전에 볼 수 있는 짝짓기 행위의 일종으로, 혼인비행이라고도 부른다. 작가는 “까마귀가 거의 20분에 걸쳐 흰개미들을 쫓아다녔다”고 말했다.

주최쪽은 도시 주유소에 까마귀가 날아들었다는 것은 야생에서 식량원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올해의 환경사진상 미래 비전 부문 1위 ‘쓰레기를 가로질러’. Jahid Apu/CIWEM

미래 비전 부문에선 쓰레기 더미 위의 다리를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포착한 드론 촬영 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방글라데시는 플라스틱 오염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다. 수도인 다카에서 매일 수거하는 플라스틱만 646톤에 이른다고 한다.

작가는 “이 다리를 걸을 때마다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며 “이 사진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조국인 방글라데시는 특히 기후 변화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위기가 심화된 지금, 사진가들은 예쁜 자연 사진을 버리고 지구를 직시하고 보호하도록 영감을 주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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