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불출마 김영우, 이번엔 험지 도전… “정치 복원 주도하겠다” [여의도행]

김병관 2023. 12. 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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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
서울 동대문갑 지역구 출사표
지역과 인연 깊지만 ‘보수 험지’
“‘그냥 4선’은 의미 없어…
강북서 도전해 소신 정치할 것
상식과 품격의 정치 복원하겠다”
10일 회기역 인근서 출판기념회
22대 총선(2024년 4월10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 입성을 향한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만큼 그들을 향한 국민의 검증 또한 철저해야 ‘준비된 일꾼’을 가려 뽑을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총선에 앞서 현역 의원들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낸 원외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21대 총선을 앞둔 4년 전 보수는 괴멸 상태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구속됐는데 당은 변화할 생각을 안 했습니다. 저는 MB계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책임지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불출마 선언을 하며 스스로를 컷오프(공천 배제)시켰습니다.

(여의도 밖에서) 21대 국회를 지켜보니 분노와 갈등의 정치가 최고점을 찍고 상식과 품격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나라 걱정하는 국회의 모습, 정치인의 모습을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야 구분 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4년 전 이맘때 “지금 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온전히 얻을 수 없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영우 전 의원이 서울 강북의 ‘험지’에서 다시 정치를 시작한다. 18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지낸 경기 포천·가평을 떠나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낸 서울 동대문갑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 전 의원은 “없는 살림에 공부하겠다고 서울로 왔던 중학교 3학년 때의 심정이다. 설레기도 하면서 긴장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다선 의원이 돼 상식과 품격을 갖춘 정치 복원을 주도하겠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오피스텔에 김 전 의원을 만났다. 

◆험지 도전하는 3선… 밑바닥부터 시작 

김 전 의원은 최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새 거처를 마련하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밤낮없이 지역 행사를 다닌다. 김 전 의원은 이 지역과 인연이 깊다. 중학교 3학년 때 이곳으로 이사와 경희중·경희고를 졸업했다. 대학 생활도 인근 동네의 고려대에서 했다.  

그러나 지연(地緣)이 깊더라도 총선 지역구로 기반을 다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동대문갑은 19대 총선부터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세 번 연속 석권한 곳. 보수정당의 험지로 꼽힌다. 김 전 의원은 발로 뛰는 게 유일한 돌파구라 믿고, 밑바닥부터 지역을 닦고 있다.

“아무래도 제가 오랜만에 와서 처음 만나는 분들이 많으니까 (지역 주민들께) 인사하는 게 제일 큰 일이에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행사장에 다니며 인사하고 있어요. 오전에 지역 노인분들께 인사드리고 왔고, 인터뷰 끝나면 세 군데를 더 방문해야 해요. 그래도 3선의 경험이 있다는 게 큰 자산인 거 같아요. 많이들 알아보시고 반가워하셔서 용기를 얻고 있어요.”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은 오는 1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인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본격적인 지역 활동을 시작한다. 김영우 전 의원 제공
◆당 위해 불출마… “제 자리 비우겠다”

김 전 의원의 원래 지역구는 자신의 고향(포천)이 포함된 경기 포천·가평이다. 이곳에서 18대 국회에 입성해 내리 3선을 지냈다. 매번 상대를 큰 표차로 꺾었다. 보수 강세 지역이라 공천을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2019년 12월 불출마 선언을 하며 이 지역을 떠났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제가 몸담았던 정당의 대통령 두 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저는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과 정치를 해오는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은 정치인”이라며 “저도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깨부수고 큰 그릇을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새 술과 새 부대를 위해 저의 자리를 비우겠다”, “이것은 특별한 정치개혁도 아니고 헌신도 아니다. 상식의 문제”라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김세연, 이진복, 유재중 전 의원 등 3선 의원들끼리 매주 조찬을 하며 어떻게 당을 개혁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어요. 이렇게 간다면 21대 총선은 보나 마나 지는데 당은 변화할 생각을 안 하고…. 저희가 젊은 나이기는 했지만, 어떻게 하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몇 주째 계속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친이(친이명박)계로 정치를 시작했는데 MB, 박 전 대통령이 잘했든 잘못했든 감옥에 간 상황에서 정치를 계속해야 하느냐는 회의가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 당이 21대 총선에서 이기려면 공천을 새롭게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불출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죠.” 
◆“22대 국회서 정치 복원하겠다”

김 전 의원은 여의도를 떠나 그동안 접하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정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2021년 최재형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 올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안철수 당대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패배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김 전 의원은 자전거를 타며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자전거를 타고 4대강을 가고, 제주를 가고, 홍천을 가고 전국 방방곡곡 국토 순례를 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여의도에서 정치할 때 만나지 못한 각 지역의 사람들, 시골에서 밭일하는 분들, 신혼 여행으로 국토를 종주하는 부부,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 평상시에 접하기 힘든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 인생과 정치를 되돌아보게 된 좋은 성찰의 기회였습니다.”

김 전 의원은 22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여야 갈등을 조정하며 정치를 복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과거에는 다선 의원들이 여야의 가교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없어 정치가 극단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4선 의원이 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금은 ‘막장 정치’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중진들이 나서야 해요. 제가 초선, 재선 때만 해도 중진들이 그 역할을 했어요. 상임위원회 논의가 꽉 막히면 5선, 6선 되는 분들이 따로 만나서 ‘그것은 우리가 양보하겠다. 이것은 우리가 꼭 해야 하니 당에 이야기해달라’고 했어요.

지금은 그게 없어요. 과거에는 당 대변인들끼리 부딪히고 당대표들끼리는 부딪히지 않았어요. 문제가 안 풀리면 당대표들이 만나서 갈등을 완화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서로 사람 취급을 안 하는데 정치 복원이 되겠어요? 

저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정치가 최소한의 상식과 품격만 갖춰도 국민들에게 박수받습니다. 서로 신사협정이라도 맺고, 막말을 못 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건 다선 의원들이 모범을 보이며 주도해야 해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동대문갑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김영우 전 의원이 지난 11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그냥 4선’ 의미 없어… 소신 정치할 것” 

동대문구 지역 공약으로는 재개발에 따른 교통난 해결과 스포츠·문화 시설 확충, 전통시장 현대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외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등 대학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청년층을 위한 공약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오는 10일 회기역 인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정치 인생 2막을 열어젖힌 김 전 의원은 다음과 같이 포부를 밝혔다. 

“제게 ‘그냥 4선’은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강북에서 4선 중진이 된다면 거기에 맞는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김영우의 정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계파나 계보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본다는 소신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겁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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