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군정찰위성 발사 성공…남북 ‘정찰 경쟁’ 시작됐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일 오전 3시19분(한국시각)께 한국군 최초 군정찰위성 1호기가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군정찰위성 1호기는 발사 약 14분 뒤인 오전 3시33분께 미국 스페이스 엑스(X)사의 팰콘-9 발사체로부터 정상적으로 분리됐고, 이어 약 78분 뒤인 오전 4시37분께 해외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도 성공했고, 궤도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을 확인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이날 “군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군은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했으며, 군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전력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체인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은 군사위성 정보를 미국에 의존했는데, 이번 독자 군정찰위성을 통해 군 당국이 원하는 지역의 고해상도 영상정보를 필요할 때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군정찰위성은 북한의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TEL) 움직임 등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에 필요한 ‘눈’ 구실을 하게 된다. 킬체인은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의 표적 탐지, 좌표 식별, 사용 무기 선정 및 발사 결심 등으로 짜여 있다.
이날 발사된 첫 군정찰위성은 고도 400~600㎞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고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를 탑재했다. 밤에는 표적에서 나오는 열로 감지해 추적하는 적외선 카메라로, 낮에는 디지털 광학카메라로 표적을 탐지·추적한다. 군정찰위성으로 심야에 북한군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움직이거나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때 이를 탐지할 수 있게 됐다. 군정찰위성 1호기는 실제 운용환경인 우주환경에서 우주궤도시험과 군 주관으로 진행하는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군은 신속한 징후 감시 및 조기경보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도 체계개발 진행 중으로, 군정찰위성과 초소형위성체계의 상호보완적 운용으로 군 독자적 감시정찰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북한과의 경쟁 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1호기 위성에 탑재된 지상 촬영용 카메라 등 장비는 지상의 가로·세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정찰위성은 상업위성보다 성능이 높아야 해서, 가로·세로 1m 이하의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북한이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해 서해에 추락한 정찰위성에 실린 카메라를 인양해 분석한 군 당국은 “해상도가 낮아 군사적 효용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북 우주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5·8월 등 2차례 실패 끝에 지난달 2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쏴 올려 궤도에 진입시켰다. 북한은 추가 군사위성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한국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 차원에서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활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성용 우주발사체에도 탄도미사일 기술이 쓰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군사정찰위성 확보 목적은 비슷하다. 평소 정찰위성을 통해 상대의 군사적 움직임을 세밀하게 감시해,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킬체인)하거나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북한 정찰위성은 만리경-1호란 이름이 있고 한국은 425 사업으로 불린다. 이 명칭은 흐리거나 밤에도 관측이 가능한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전자광학(EO) 장치의 영문명을 비슷한 소리인 아라비아 숫자 ‘425’(사이오)로 표기한 것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425 사업을 추진해왔고 오는 2025년까지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 탑재 위성 1기와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 등 중대형 군사위성 5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날 전자광학·적외선 위성이 발사됐고, 합성개구레이더 위성 4기는 내년 4월 이후 순차 발사될 예정이다.
군정찰위성은 감시 사각 지대를 없애려고 여러 종류의 영상을 종합한다. 광학 장비는 사람 눈처럼 낮이나 구름이 없을 때 영상을 찍을 수 있고, 적외선 장비,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은 적외선, 전파 방식이기 때문에 날씨와 낮과 밤 관계없이 찍을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영상을 종합하면 특정 물체의 정확한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 군사적 긴장이 높은 나라들은 나무로 만든 가짜 전투기, 전차, 미사일을 대거 배치한다. 평소에는 진짜 무기에 대한 적의 감시를 피하고, 유사시 적의 공격을 가짜 무기로 유도한다. 디지털 광학 카메라 영상에는 나무로 만든 가짜 무기가 진짜 무기처럼 보이지만 적외선 카메라 영상에는 금속과 나무의 온도 차이가 나타나 진짜 무기와 가짜 무기를 구별할 수 있다.
한국이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로 세계 유일의 재사용 발사체인 팰콘-9을 택한 이유는 높은 성공률과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전자광학·적외선 위성은 무거워 국내 발사체에 탑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주 저궤도에 위성체를 올려놓는데 고도 1㎞당 평균 2만달러 정도가 드는데, 팰콘-9은 재사용 발사체이기 때문에 비용이 5000달러까지 떨어진다. 발사 성공률이 99.2%로 현재 발사체 중에서는 가장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군정찰위성 1호기는 방사청이 사업관리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국내업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개발했다. 군의 전력증강과 더불어 국내 우주산업 역량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고 국방부가 설명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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