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매너온도 99℃의 비결? 당근 뽁뽁이죠…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hong.sungyun@mk.co.kr) 2023. 12. 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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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당시 알프레드 필딩, 마크 샤반이라는 발명가들이 샤워커튼 두 장을 맞붙여 독특한 질감과 방수 성능까지 갖춘 플라스틱 벽지를 시도한 것이 버블랩의 시초다.

벽지에서 단열재, 단열재에서 포장재로 3수 끝에 쓸모를 찾아낸 버블랩은 택배 천국 한국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거'가 됐고, 알프레드와 마크 두 사람은 뉴저지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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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3] 택배상자 안에 잔뜩 있는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이제 뽁뽁이 없는 택배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사진 출처=SEE(실드 에어)]
명사 1. 버블랩(bubble wrap), 에어캡(AirCap) 2. 푸치푸치(プチプチ) 【예문】진정한 중고판매 달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문지 대신 버블랩을 쓰기로 했어.

버블랩이다. 표면에 지름 1cm 내외의 작은 공기주머니가 수천 개씩 빼곡하게 배열된 완충용 비닐 포장지다. 버블랩을 비롯해 에어캡, 푸치푸치 등은 상표명이 사물의 명칭을 대체한 경우다. 스테이플러를 제조사 중 하나인 호치키스로 부르거나 갑 티슈(곽 티슈는 틀린 표현이다)를 크리넥스로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주로 에어캡이라 부르지만, 영미권에서는 버블랩이란 명칭이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엄밀히 말하면 2015년 국립국어원에서 ‘뽁뽁이’라는 우리말을 버블랩의 순화어로 공식 선정했기 때문에 뽁뽁이도 맞는 표현이다. 다른 나라에서의 호칭이 원래의 용도와 외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뽁뽁이’란 이름은 손가락으로 공기주머니를 눌러 터트리는 (잉여로운) 심심풀이 유희 활동에서 유래된 점이 독특하다.

버블랩을 발명한 알프레드 필딩(왼쪽)과 마크 샤반(오른쪽) [사진 출처=SEE(실드 에어)]
버블랩 역사는 실패의 역사이자 끝내는 성공한 역사이기도 하다. 버블랩의 탄생을 되짚어 보려면 1957년 미국 뉴저지주로 가야 한다. 당시 알프레드 필딩, 마크 샤반이라는 발명가들이 샤워커튼 두 장을 맞붙여 독특한 질감과 방수 성능까지 갖춘 플라스틱 벽지를 시도한 것이 버블랩의 시초다. 그러나 그들의 발명품은 비닐과 비닐 사이의 수많은 기포 때문에 상품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이었던 기포가 열이 빠져나가는 걸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 온실의 단열재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1960년 실드 에어(Sealed Air)라는 회사를 세우고 버블랩을 생산했지만, 온실 단열재 사업도 잘되진 않았다.

중앙의 육중한 기계가 바로 IBM 1401이다. 버블랩 몇 장으로 완충이 되는 레벨이 아닌데 이거... [사진 출처=IBM]
하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몇 년이 지난 뒤 버블랩의 진짜 쓸모는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다. IBM이 자사의 컴퓨터 모델 IBM 1401을 선적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기기를 보호하기 위해 버블랩을 (쓰라는 단열재로는 안 쓰고) 완충용 포장재로 사용한 것. 그 이후엔? 예상했겠지만 대성공을 거뒀다. 벽지에서 단열재, 단열재에서 포장재로 3수 끝에 쓸모를 찾아낸 버블랩은 택배 천국 한국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거’가 됐고, 알프레드와 마크 두 사람은 뉴저지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현재는 사명을 시(SEE)로 바꾼 실드 에어는 매출액 56억 달러(2022년 기준), 직원 1만6300명, 12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3수 끝에 광명 찾은 버블랩. 포장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사진 출처=SEE(실드 에어)]
몇 년 전부터 매서운 한파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한국에서는 버블랩을 알뜰 방한 용품으로 활용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단열효과가 뛰어난 버블랩을 유리창에 붙여주는 것만으로 냉난방 효율을 높여주고 결로 발생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버블랩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실내 온도를 최대 4℃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발명되고 50여년이 지나서야 저비용 고효율 단열재로서의 쓸모가 지구 반대편에서 증명된 셈이다.
지난 겨울 서울 용산구 한 주택의 창문에 버블랩이 부착돼 있다. 저 방식으로도 어느 정도 단열 효과는 있겠지만, 버블랩을 유리창 크기에 맞게 재단해 밀착시키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1994년 실드 에어는 연차 보고서를 통해 버블랩 발명가이자 실드 에어 설립자인 알프레드 필딩(왼쪽)과 마크 샤반(오른쪽)의 부고를 알리며 그들을 추모했다. 두 사람은 태어난 날은 달랐지만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다. [사진 출처=SEE(실드 에어)]
  • 다음 편 예고 : 뜨거운 커피컵 감싸는 골판지 종이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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