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빠도 대기업" 용기낸 아빠들…'육아휴직' 늘었다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유효송 기자 2023. 12. 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라떼파파가 울린 희망벨①
[편집자주] 스웨덴에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면서 육아의 적극적인 아빠를 '라떼파파(Latte PaPa)'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갈수록 육아를 위해 휴직을 선택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제도는 갖췄지만 기업 문화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올해부터 '아이(童)를 낳고 기르기 위한 특단의 발상(Think)'을 찾아보고, '아이(童)를 우선으로 생각(Think)하는 문화' 조성을 위한 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머니투데이는 주요 기업들의 남성 육아휴직 현황을 들여다봤다. 실제 남들보다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한 '띵동파파(Think童+Latte PaPa)'들의 속내를 들어보고, 제도의 미비점도 살펴봤다.

최근 들어 주요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남성 육아휴직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최근 일·가정 양립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기업 문화도 변하는 추세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머니투데이가 39개 대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년대비 23.1% 증가했다. 분석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48개 대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서 직원수가 가장 많은 계열사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거나 남녀 육아휴직 현황을 따로 구분하지 않은 9개사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아직 갈 길 멀지만"..대기업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세
39개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020년 2741명 △2021년 3167명 △2022년 389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경우 2년 전과 비교할 때 42.2%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발표한 육아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는 38.1% 증가했다. 주요 대기업은 이 같은 증가세를 상회했다.

재계순위 1위인 삼성그룹만 하더라도 지난해 삼성전자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1310명으로 전년(999명) 대비 31.1% 늘었다. SK하이닉스(23.9%), 현대자동차(51.6%), LG전자(28.1%), 포스코(68.4%)의 증가율도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 포스코 등은 육아휴직 기간을 법정 기간(1년)의 2배인 2년으로 책정해 운영 중이다.

재계순위 6위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270명으로 전년(352명)보다 줄었다. 하지만 롯데는 남직원의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수치 변동에 큰 의미가 없다. 정부도 롯데를 대표적인 육아휴직 제도 우수기업으로 꼽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저출산 상황에서 육아휴직 대상자가 줄어든 결과"라고 말했다.

제도는 갖췄지만..아직도 눈치 보는 육휴
대기업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건 1987년이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 건 1995년이다. 짧지 않은 역사지만, 남성 육아휴직은 여전히 '눈치 보고' 써야 하는 제도로 평가된다. 심지어 한국은 남성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이 1년으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길지만 사용률은 낮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육아휴직 통계 결과'를 보면, 2021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출생아 부모 중 남성 육아휴직자는 3.0명으로 여성(26.3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가는 것에 대한 기업들의 불편한 시선과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선 설정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 등이 작용한 결과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에 적극적인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양성평등정책포럼에서 "가족친화적인 노동환경을 위한 제도적 외형은 갖춰져 있으나 실제 이용은 어려운 분위기"라며 "육아휴직 등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연령대와 고용형태, 기업규모, 지역별로 수요자 중심의 기업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