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우주경쟁 시대 개막…北 만리경 1호 11일 만에 韓 정찰위성 성공[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군 “감시 징후 및 조기경보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도 체계개발 진행 중”
南 정찰위성, 北 미사일발사대 한눈에 감시…北 만리경 1호 고화질 촬영 한계
한국군 ‘눈’ 역할… “이동발사대 신속탐지·발사 전 제거에 필수전력”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 1호를 지난달 21일 우주궤도에 진입시킨 데 이어 한국도 2일 새벽 첫 번째 독자적인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남북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고도 약 500㎞ 저궤도 우주공간을 선회하면서 우주에서 상대 군사 주요시설을 감시하는 남북 우주경쟁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우리 군은 앞으로 4기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 올려 2025년까지 모두 5기를 전력화할 예정인데 북한도 지난달 21일 궤도에 올린 정찰위성 ‘만리경 1호’에 이어 추가 발사 의지를 밝히고 있어 남북 간 우주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는 평가다.
우리 군 정찰위성 1호기가 2일 성공적으로 발사됨에 따라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킬체인’(Kill Chain)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군의 감시정찰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정찰위성은 우주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한국군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이를 무력화하는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군의 작전 영역을 우주로까지 확장했다는 게 군내 평가이다.
국방부는 2일 “우리 군은 신속한 징후 감시 및 조기경보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도 체계개발 진행 중”이라며 “ 군정찰위성과 초소형위성체계의 상호보완적 운용으로 군 독자적 감시정찰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해 북한과 경쟁 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 김정은 “정찰위성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남북 우주경쟁
우리 군은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을 신호탄으로, 2025년까지 SAR(영상레이더) 위성 4기와 EO/IR(전자광학/적외선) 탑재 위성 1기 등 5기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남북 우주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리경 1호 발사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찰위성들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적, 실용적으로 운용해 공화국 무력 앞에 적에 대한 가치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만리경 1호 발사체인 ‘천리마 1형’과 같은 로켓을 여러 기 제작했을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3차 발사에서는 2차례 실패에서 드러난 결함을 보완했기 때문에 기존 제작했던 로켓도 기술적인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추가 발사 의지도 이런 기술적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군은 1호기의 시스템과 본체, 광학탑재체를 100% 독자 설계하고 주요 구성품 65~70% 국산화를 달성했으며, 고속기동 위성체 자세제어 기술과 초고해상도 대구경 광학탑재체 개발 기술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정찰위성 추가 운용 기반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전자광학 위성 감시체계(EOSS) 전력화에 이어 우주작전전대 창설과 우주작전 수행 체계 정립, 위성전력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고, 레이저로 적 위성을 격추하는 레이저무기 체계 개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안보 영역이 우주로 확장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고자 국방우주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월등한 대북 우위의 우주기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간 정찰위성 해상도 최대 100배 차이…南 0.3m급, 北 3m급
북한은 한반도와 미국 전역, 로마와 이집트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촬영물을 공개하지 않아 해상도 등 정밀한 성능 판단은 어렵다. 하지만 누적된 광학기술과 최근 서해상에서 추락한 위성체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남북 간 해상도는 최소 수십 배 이상 차이 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2일 발사에 성공한 우리군 정찰위성 1기는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장비를 탑재한 저궤도 위성이다.
위성의 해상도는 0.3m급으로 성능이 세계 5위급으로 전해졌다. 가로세로 0.3m가 점 하나로 표현된다는 의미다.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어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위성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군 관계자는 “다목적실용위성 3A호(아리랑 3A호) 해상도보다 3.4배가량 정밀하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3A호는 2015년 러시아 드네프르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국산위성이다. 이 위성은 0.55m급 해상도 광학렌즈를 장착했는데, 가로세로 각각 55㎝짜리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수준이어서 지상의 사람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런 아리랑 3A호보다 3배 이상 정밀도를 구현한 만큼 사람의 이동은 물론 웬만한 교통수단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파악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미사일·장사정포 기지, 이동식발사대(TEL) 등 고정 및 이동표적도 실시간 탐지할 수 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통상 촬영한 영상이 1m 미만의 물체를 파악할 수 있는 서브미터 급이면 고속도로의 중앙선이 보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0.3m급이면 영화처럼 사람의 표정이나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면 동선이 파악되고 거리를 달리는 교통수단이 승용차, 트럭, 버스 중에 어떤 것이구나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5월과 8월 잇따라 실패한 데 이어 지난달 세 번째 발사한 위성 만리경 1호는 길이 1.3m, 무게 300㎏으로 해상도는 1∼5m 안팎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린 것으로 파악되나 해상도가 1m 이상인 위성으로는 원하는 목표물이나 목표지역에 대한 뚜렷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 군사적 목적의 활용이 제한된다.
애초 소형 위성이어서 성능 자체가 제한된다는 평가도 있다. 반 밴 디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의 만리경 1호는 고품질의 위성 사진을 확보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일반적 기술 수준과 발사체의 성능을 고려할 때 위성의 크기가 위성사진의 해상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 ‘만리경 1호’는 크기가 작은 소형 위성으로 제작돼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앞으로도 군사정찰위성 영상을 공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도 통상 군사기밀을 이유로 촬영물을 공개하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정찰위성 시험품’을 발사한 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 등을 촬영한 사진을 전격 공개한 것은 내부 선전용 목적이었을 공산이 크다. 당시 사진 품질이 조악하다는 남측 전문가들의 평가가 이어지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즉각 담화를 내고 “국가우주개발국이 시험용으로 개조한 상업용촬영기”라며 “누가 일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반박한 바 있다. 어디까지나 ‘시험용’ 발사인 만큼 시중에 팔리는 저렴한 카메라를 개조해 썼고, 추후 진짜 발사하게 되면 제대로 된 위성을 탑재하리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장영근 센터장은 “북한은 만리경 1호로 직접 촬영한 결과물은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선전을 위해 어느 시점에는 혹시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백두산 천지 등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사진만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한국형 3축체계 킬체인 역량 강화…‘레프트 오브 런치’ 작전체계 수립도
내년 상반기 전력화할 정찰위성 1호기(EO/IR)의 성공적 발사에 앞으로 5호기까지 모두 전력화할 경우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탐지해 선제타격으로 제거할 수 있는 킬체인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공격체계인 킬체인 역량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은 야간 촬영이 가능하고 표적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해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군이 심야에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기동하거나 TEL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때 이를 포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2~5호는 고성능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한 위성으로 기상과 관계없이 주야간 전천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정찰위성 5기가 모두 전력화해 북한 전역을 정밀하게 감시하게 되면 킬체인 작전 시간이 단축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킬체인 구축 계획 수립 당시 군은 북한 핵과 미사일 시설의 표적 탐지, 좌표 식별, 사용 무기 선정 및 발사 결심 등 최소 25분 안에 타격해 제거하겠다고 구상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이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했을 때를 염두에 둬 계산한 시간이다. 북한의 액체연료 미사일은 통상 연료 주입에서 발사까지 1시간 내로 군은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액체연료 미사일을 고체연료 미사일로 바꾸고 있는데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를 주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발사까지 시간은 더 빨라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액체연료 위주였던 미사일을 고체연료로 모두 바꾸고 있기 때문에 기존 킬체인 작전계획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을 토대로 우리 군의 킬체인 최소 작동 시간을 계산하고 신속한 제거가 이뤄지도록 작전계획도 계속 수정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에서 북한의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의 작전도 더욱 정밀하고 공세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과 해상 등에서 첩보 수집 능력이 배가돼 작전 반경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정찰위성 5기를 통해 북한군 시설과 배치 현황, 장비와 병력, TEL 등의 움직임을 하루 2시간 간격으로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작전계획도 정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아울러 무게 100㎏ 미만의 초소형 위성 수십기를 쏘아 재방문 주기를 30분까지로 단축한다면 북한지역에 대한 사진과 영상 촬영 횟수가 더욱 늘어나 세밀한 감시정찰이 가능해지고, 이런 정찰 정보를 토대로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 맞춤형 무기를 동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강조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백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해·공 장거리 및 초정밀 타격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한미 연합연습과 연계해 연합 및 합동 미사일 타격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찰위성 운용을 계기로 군 당국은 물리적, 비물리적(사이버·전자전 등) 수단을 활용한 ‘발사 전 단계’(레프트 오브 런치·Left of Launch) 개념 발전과 작전체계 등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 전 단계에서 무력화할 수단과 작전체계를 수립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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