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T' 이예원 "우승하면 눈물보단 웃음이 나와요"[인터뷰]
"굿샷도 미스샷도 빨리 잊어버려…대상·상금왕 받았으니 목표도 상향"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첫 우승 때도 눈물보다는 웃음이 나왔어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접수한 이예원(20·KB금융그룹)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고도 '무관'이었기에 우승의 '한'이 있을 법도 했지만 이예원은 벅차오르는 것보다는 그저 기쁜 감정이 먼저였다고 했다.
워낙 냉정하고 이성적인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일화다. 이예원 스스로도 "워낙 감정이 메말라 있다"고 할 정도다. MBTI(성격 유형 검사)도 ESTJ(엄격한 관리자)인 그는 소위 말하는 '확신의 T'(논리·이성적)다.
이예원에게 프로 데뷔 첫 해는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한 시즌이었다.
지난해 29개 대회에 출전해 26차례 컷을 통과했고 '톱10' 13회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펼친 그는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우승이 없다는 것이 '옥에 티'였다. 준우승 3번, 3위 3번 등 여러 차례 우승권에서 경쟁 벌이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고, 결국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얻어야했다.
이예원은 "분명 잘 한 시즌이긴 했는데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웠다"면서 "프로 시즌을 치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 뒤쳐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고 돌아봤다.
2년차를 준비하면서 잡은 아무래도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었다. 이를 위해 약점인 쇼트게임 보완을 위해 훈련에 매진했고, 실전에서의 성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 개막전이었던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찌감치 목표를 달성했다.
이예원은 "2023년 첫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후 편안한 마음으로 풀어갈 수 있었다. 첫 우승이 빨리 나온 것이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승의 부담감을 내려놓은 이예원은 마음껏 기량을 펼쳤다. 전반기에는 추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후반기 첫 대회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2승을 차지했고, 3번째 우승은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장식했다.
우승을 하지 못해도 언제나 꾸준한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올해 출전한 29개 대회 중 컷탈락이 단 한 번 뿐이었고, 톱10은 작년과 같은 13번을 기록했다. 준우승 4번, 3위 1번 등 우승 경쟁도 여러차례 벌였다.
1년을 슬럼프없이 꾸준하게 활약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멘탈 관리와 마인드컨트롤도 중요한데 이예원은 이를 어렵지 않게 해냈다.
그는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굿샷이든 미스샷이든 지나간 샷은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샷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 또한 흔들림 없는 경기력의 이유 중 하나다.
그는 "골프를 맨 처음 시작했을 땐 우승도 많이 못하고 재능있다는 말을 잘 못들었는데, 부모님께서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과정을 잘 준비하면 오히려 결과는 알아서 따라온다고 생각하니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활약은 기록으로 이어졌다. 그는 대상포인트, 상금, 평균타수 등 주요 타이틀 3개를 독식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트리플크라운은 강수연(2001), 신지애(2006~2008), 서희경(2009), 이보미(2010), 김효주(2014), 전인지(2015), 이정은6(2017), 최혜진(2019) 등 시대를 풍미한 '전설'들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이예원은 "전설과도 같은 선배들 사이에 껴도 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기분은 좋다. 요즘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예전보다는 유명해졌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대상이 가장 뜻깊게 느껴진다. 꾸준한 경기력을 인정받는 상이고, 가장 큰 타이틀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년차에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이예원으로선 '목표 상향'이 불가피해졌다.
그는 "대상과 상금왕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달성했다. 더 높은 목표를 잡아야할 것 같다"면서 "내년엔 다승왕을 해보고 싶고, 올해 상금 신기록을 아쉽게 놓쳤는데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예원 시대'라는 말도 많이 써주시는데 아직 '시대'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내년에도 올해처럼 잘 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실력이 더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대한 갈망도 없지 않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예원은 "아직 프로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돼서 좀 더 KLPGA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면서 "일단 내년 시즌에 롯데 챔피언십이나 에비앙 챔피언십 등 LPGA투어 대회에 몇 차례 나갈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의 자리에서 맞는 3년차 시즌은 좀 더 바쁜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쉼없이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예원은 "휴식을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쉬면 편하긴 한데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서 "내년도 쉽지는 않겠지만 동계훈련 때 체력적인 부분도 많이 대비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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