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애경케미칼, '슈퍼섬유'에 '역대급 투자' 정조준
애경케미칼이 회심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범용 화학에서 벗어나 '슈퍼섬유' 원료 사업을 통해 회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최근 수원애경역사 주식회사에 금전대여를 결정했다. 대여금액은 500억원이다. 사내 여유자금을 활용한 이자수익 확보의 측면도 있었지만, 핵심 이유는 '신사업 추진'에 있었다는 후문이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취약했던 수원애경역사에 금전대여를 해주고, 회사의 신용도를 높여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취지"라며 "아라미드(para-Aramid)의 핵심 원료인 TPC(TerePhthaloyl Chloride)를 국내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데, 2021년 3사(애경유화·애경화학·AK켐텍) 통합 출범 이후 최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경케미칼은 지난달 24일 TPC 데모 플랜트 검증에 성공하고 신규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TPC로 만드는 아라미드는 중량이 강철의 5분의 1 수준으로 가볍지만, 강도는 5배 이상 높다. 500도 이상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어 '슈퍼섬유'로 불린다. TPC는 이 아라미드 1㎏을 만들 때 850g이 필요한 핵심 원료다.
애경케미칼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TPC를 낙점한 것은 미래성 때문이다. 아라미드의 지난해 글로벌 생산능력은 8만9000톤 수준이었지만 2032년에는 13만톤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평균 5%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가 전망된다. 방탄복, 소방복, 광케이블, 전기차 타이어, 항공기 등은 물론이고 전기차 전장, 우주항공 소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아라미드의 경우 미국 듀폰(Dupont)과 일본 데이진(Teijin)을 비롯해 한국의 코오롱, 효성 등이 주요 사업자다. 하지만 주원료인 TPC는 국내에 공급하는 기업이 없다. 지금까지 전량 일본과 중국 등에서 수입해왔다. 이 시장을 애경케미칼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공략키로 한 것이다. 투자규모 및 생산능력을 두고 현재 면밀한 내부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5년까지 TPC 양산 체계 구축을 마무리 짓고, 2026년 1월부터 본격 양산하는 게 목표다.
애경케미칼은 자신들의 TPC가 기존 일본, 중국에서 수입해오던 제품과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원가가 낮고, 유독가스 발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독자적 제조기술은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다. 아라미드 섬유 제조사가 고상의 TPC를 수입한 뒤 열을 가해 액상화해 사용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보온 탱크로리를 통해 액상으로 직접 TPC를 공급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 등의 효과 역시 가져올 수 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과 독자적인 기술로 블루오션을 공략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신규사업'이라 말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경케미칼은 그동안 플라스틱 가공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가소제를 캐시카우로 가져왔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2조2000억원)의 3분의1 가량인 7000억원을 가소제 부문에서 벌었다.
TPC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이같은 가소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지향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강도·경량화 소재인 탄소섬유 기반의 '프리프레그(AKAPREG)'와 'SMC(Sheet Molding Compound)', 실리콘 음극재용 바인더 등 전기차 시장에 대비한 사업도 추진하는 중이다. 신사업을 바탕으로 2030년 매출 4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TPC의 경우 새로운 제품 기술이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아라미드 시장이 확대될 경우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추가 증설 투자도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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