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MRO도 없이 난립한 LCC

김창성 기자 2023. 12. 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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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돈만 벌면 그만?… 안전엔 뒷짐 진 LCC③] 새 비행기 도입에 중정비 우려↑… 국토부도 항공안전 외면

[편집자주]저비용항공사(LCC)는 기존 항공사가 기본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항공권 가격을 낮춘 항공사다. 동일 기종 위주로 기단을 꾸려 운영 효율을 높이고, 단거리 노선에 주로 취항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LCC는 육상 이동의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만큼 수요도 충분하지만 국내 LCC는 최소 요건만 갖춘 채 우후죽순 늘어나 안전문제 등 최근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국내 LCC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LCC 여객기가 주기된 김포공항.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LCC 타도 괜찮죠?"… 쉴 새 없이 운항하는 항공기들
②LCC 툭하면 지연·결항… 활주로에서 대기 중인 여객들
③제대로 된 MRO도 없이 난립한 LCC
국내 저비용항항공사(LCC)가 최근 호실적을 거두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용객이 늘자 LCC도 새 기단을 도입하는 등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유지·보수·운영'(MRO)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항공안전을 걱정한다. 좁은 국토 면적에 LCC가 난립해 안전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뚜렷한 실적 상승세, 새 기단 도입 집중


해외여행에 목말랐던 이들이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 성수기에 너도나도 항공권 예매에 나서면서 LCC들이 지난 3분기(7~9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이 기간 제주항공은 매출 4368억원, 영업이익 444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2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 이후 4분기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진에어도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매출 3225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됐다.

티웨이항공은 전년대비 118% 뛴 345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 1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346억원의 영업이익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실적(매출 9898억원, 영업이익 1371억원)은 역대 최대다.

에어부산은 매출 2305억원, 영업이익 433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95.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됐다.

각 LCC는 코로나19 여파로 긴 침체기를 보냈지만 새 기단 도입 등 투자는 꾸준히 진행했다.
/디자인=이강준 기자
제주항공은 최근 미국 보잉사로부터 차세대 항공기 B737-8의 첫 도입을 완료했다. 올해 도입을 계획한 2대의 차세대 항공기 중 첫 물량이자 제주항공의 40번째 항공기다. 제주항공은 남은 차세대 항공기 1대를 비롯해 화물 전용기 1대도 연내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총 27대의 항공기를 운용 중인 진에어는 지난 6월 보잉의 B737-900 항공기를 들여왔다. 내년 초에는 B737 계열 항공기 2대를 비롯해 에어버스의 A320계열도 도입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A330 대형기 도입 이후 중·장거리 운항을 통한 노선 다각화와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올해 3월 B737-800 기재 3대로 재운항을 시작한 이스타항공은 최근 10호기 도입을 끝냈다.


"부족한 정비인력? MRO 센터 빠른 설치가 중요"


LCC는 갈수록 이용객이 늘자 새 기단을 도입하는 등 수요에 대응했지만 대형항공사 대비 부족한 MRO 인력은 약점으로 꼽힌다.

항공 정비는 A체크부터 D체크까지 크게 4단계로 구분한다. A는 엔진오일과 타이어, 브레이크 등을 점검하는 단계고 B는 엔진 중심의 상세 점검이다. A·B는 매일, 혹은 한 달 안에 수시로 이뤄지는 기본 운행정비라 각 LCC의 정비사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기체 중정비에 해당하는 C·D단계다. C는 배선과 랜딩기어 등 상세 점검이 포함되며 D는 대략 4년마다 한 번씩 항공기를 완전분해 후 다시 조립하는 정밀 점검이다.

A·B 단계는 수시로 진행돼 대체로 공항에 주기된 상태로 빠르게 이뤄지지만 C·D는 격납고에서 기체 곳곳을 면밀히 살피는 중정비라 시간·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된다.

LCC가 자체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모기업 지원을 받거나 홍콩·싱가포르 소재 정비업체에 위탁한다.

적은 항공기 기단으로 여객 수요를 최대한 흡수해야 하는 LCC로서는 C·D 부분에 정비 문제가 생기면 대응이 쉽지 않고 장시간 운항 지연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LCC 여객기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진에어 정비사가 여객기를 점검 중인 모습. /사진=진에어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의 정비 인력은 2022년 말 기준 ▲대한항공 2677명 ▲아시아나항공 1302명 ▲제주항공 462명 ▲티웨이항공 329명 ▲진에어 234명 ▲에어부산 184명 ▲이스타항공 117명 ▲에어프레미아 66명 ▲에어서울 32명이다. 대형항공사와 LCC의 보유 항공기 차이를 감안 해도 정비인력 격차는 크다.

원활치 못한 부품 수급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5월 A330-300 여객기가 엔진 문제로 제주공항에서 이륙하지 못했다.

티웨이항공은 곧바로 대체 항공편을 투입했지만 엔진 수리를 위해 영국 롤스로이스에서 부품을 수급 받는 데까지 2주 넘게 걸렸다.

에어로케이는 지난 2021년 12월 A320 여객기 엔진 센서에 오작동이 발생해 운항이 지연됐다. 에어로케이는 보유 항공기가 한 대뿐이어서 다른 항공사들의 대체항공편 지원으로 결항을 면했다.

LCC 관계자는 "항공사 능력과 운용 등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항공기 운항 대수와 정비사 수만으로 필요 정비 인력을 산출하는 방식은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해 2020년 6월 항공안전법을 개정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 정비 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 운영 MRO센터 등을 통한 정비 방법도 세계적인 추세"라며 "현재 경남 사천시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 사업 추진을 두고 대립 중인데, 승객 안전을 위해 정부가 빠른 판단을 내리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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