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큰 주식보다 안전한 금리형이 낫다... 합성 ETF, 1년 새 몸집 3배 커져

소가윤 기자 2023. 12.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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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TF 순자산 규모 121조
합성 ETF 27조원… 23% 차지
증시 불확실성에 금리형 합성 상품 인기

올해 121조원 규모로 커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합성 ETF’의 순자산총액이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조원대에 불과했던 합성 ETF 순자산 규모는 올해 27조원을 넘어섰다. 10년 전 국내 증시에 처음 등장한 합성 ETF가 최근 덩치를 불린 건 금리형 합성 ETF에 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잠시 자금을 보관해 둘 수 있는 금리형 ETF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는 추종 방식에 따라 크게 실물 ETF와 합성 ETF로 구분된다. 실물 ETF는 기초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그대로 보유하는 반면 합성 ETF는 실제로 종목을 보유하지 않는 대신 다른 증권사와 스와프(계약에 따라 정해진 시점에 자금이나 자산을 교환하는 금융거래) 계약을 맺고 해당 지수의 수익률만 추종한다. 실물 투자가 까다로운 해외 지수도 합성 ETF에 담으면 수익률만 교환할 수 있는 만큼 합성 ETF의 성장 여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손민균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체 ETF 순자산총액 121조4285억원 중합성 ETF는 27조5471억원으로 집계됐다.지난해 말(9조3716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몸집이 3배가량 커진 셈이다.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ETF 종목 803개 중합성 ETF는 89개(11.08%)에 불과하지만, 순자산총액으로 보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69%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수준이다.

ETF는 국내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다. 이 중 합성 ETF는 자산운용사가 직접 주식을 사서 ETF 종목을 구성하지 않고, 증권사와 스와프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증권사가 스와프 거래를 이용해 특정 지수나 상품을 운용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운용사에 제공한다. 2013년 국내에 처음 상장된 합성 ETF는 해외지수나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 복제가 어려운 자산도 다양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합성 ETF 시장이 급성장한 건 금리형 ETF에 투자 자금이 몰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 상위 5개 종목 중 4개가 금리형 합성 ETF로 나타났다.‘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순자산이 7조7734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 상품은 지난 9월 처음으로 주식형 ETF인 ‘KODEX 200′ ETF를 제치고 전체 ETF 시장에서 순자산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설정액은 3조9500억원이 늘었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는 지난 6월 상장한 이후 두 달 만에 설정액 1조원을 넘어 현재 5조6300억원에 이른다. 개인 투자자는 이 상품을 연초 이후 219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상품은 CD 91물 하루치 금리를 매일 이자 수익에 반영하는 상품이다.

한국 무위험지표금리(KOFR) 상품에도 자금이 몰렸다. 듀레이션(투자 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이 1일인 상품을 다루는 KOFR ETF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매일 이자 수익이 확정된다. 올해 ‘TIGER KOFR 금리액티브(합성)’ ETF와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설정액은 각각 4조8420억원, 1조6800억원 증가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 대기 자금을 단기로 보관하는 파킹형 상품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상품은 총보수가 0.02~0.05%로 낮고, 이자가 매일 복리로 쌓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은행 파킹 통장처럼 매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언제든 현금화하기 편리하다.

합성 ETF는 수익률만 교환하는 방식의 편의성 덕분에 성장 여력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물 투자가 어려운 상품을 편입해 실물 ETF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가령 해외 시장은 시차와 거래 통화와 비용 등으로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데, 합성 ETF로는 멕시코나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지수를 담아 수익률만 추종할 수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합성 ETF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제약 요건이 있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상품을 합성 복제 방식으로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성 ETF는 파산 위험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다. 스와프 거래 상대방인 증권사의 부도나 파산 등으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ACE 러시아MSCI(합성)’ ET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주식시장 위험성이 커지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 관련 지수 산출을 중단하면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실물 ETF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금리형 ETF를 중심으로 합성 ETF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합성 ETF는 스와프 계약의 거래 상대방인 증권사의 재정 상황이 안 좋아지면 약속된 수익률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스와프 계약 내용을 상세하게 공시해 투자자의 투자 결정을 도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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