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이재명 변심에 이낙연 낙심, '불편한 동거'의 끝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선거제 약속을 뒤집고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는데요.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는 '이재명의 사당화'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분당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미치는 파장을 예측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표 비례대표 공천권 포기 NO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현재 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이 제도는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 주는 방식으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주도로 도입했죠. 꼼수 '위성 정당' 출현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극단적인 양당 정치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입니다.
민주당은 대선을 10일 앞둔 지난해 2월 27일 '위성정당 방지 기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포함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최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며 병립형 회귀나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준연동형 비례제 방침을 시사했습니다.
민주당이 준연동형을 유지하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진다는 분석은 '엄포용'에 불과합니다. 이는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죠. 이런 문제는 이탄희 의원의 주장대로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 방지법 만들면 해결됩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변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요. 우선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비례대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입니다. 최소한 10여 명에게 '비례대표 금배지'를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병립형은 '이준석 신당'과 '조국 신당'에 대한 견제용이기도 합니다. 현재 준연동형은 제3지대 신당이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준석 신당의 경우 현행 대로라면 10석 가까이 비례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3차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상황도 선거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2차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에는 정의당의 찬성표 6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정의당 의원은 6명 중 5명이 비례대표입니다. 비례 의석 기반의 소수 정당이 설 자리를 위한 없애는 방안으로 병립형을 선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비명계 최악의 경우 신당 창당 수순
이 대표의 변심은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에 빌미를 주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분당 수순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요. 당내 비명계인 '원칙과 상식'은 29일 성명을 통해 선거제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버젓이 기록에 남아있고 국민이 기억하고 있는데 약속 뒤집는 것도 모자라 이젠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때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개최한 포럼에서 "제1 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고, 그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제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항상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도 비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요. 지난 2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선거제 개혁 논의가 후퇴하면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에 나서게 됐다"면서 "내가 기여할 상황이 되면 움직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30일 S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 지도부가 병립형을 밀어붙이고 과격 행동까지 한다면 분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죠.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명낙 대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전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회동도 '신당론'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낙연계 원외 조직인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지난 26일부터 창당 준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신경민 "움직여야 될 때 올지도"
그럼에도 이 전 대표의 움직임이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진행된다면 신당 창당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음은 민주당 내 주요 인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낙연 전 대표가) 원래 사람이 상당히 신중하고 소위 온건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저렇게 세게 하길래 제가 어제 (이 전 대표에게)'한 판 뜨는 거예요?' 그랬더니 (이 전 대표가) 진지하게 '저렇게 몰아넣고 있잖아요' 라고 하더라."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친명 핵심 김영진 정무조정실장-"저희들은 이낙연 전 대표께서 민주당과 함께 정치인생과 모든 과정을 다 해 오셨기 때문에 그것(탈당 후 신당 창당)은 검토의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2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대표적 비명 김종민 의원-"이낙연 대표가 신당을 주도해서 하실 가능성은 저는 별로 없지 않을까. 현역 정치인으로, 플레이어로 뛰는 것보다는 지금 이런 새로운 움직임 또는 새로운 목소리에 뭔가 좀 힘을 실어주는 이런 취지에서 저는 말씀을 하시는 거 아닌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친낙 싱크탱크 신경민 전 의원-" 이낙연 대표가 아무리 입이 무겁고 발이 무거운 분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은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지금 점점 가고 있고요. 이제는 말뿐만이 아니고 행동으로 발이 움직여야 될 때가 다가올지도 모르겠다는 이런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30일 YTN라디오 이슈& 피플)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저는 그분의 살아온 역정이라든가 그런 걸 봤을 때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다만 주변 분들이 신당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30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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