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사퇴했지만…여야 극한 대치에 민생 실종

김기정.박태인 2023. 12. 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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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국회의장 사퇴 촉구 및 의회 폭거 규탄대회’에 참석해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의 본회의 통과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국 경색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 폭주와 거부권 악순환에 따른 여야의 극한 ‘강 대 강’ 대치 속에 새해 예산안은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고 민생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도 뒷전으로 밀리는 등 민생이 실종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위원장의 이날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던 한덕수 총리도 사의 표명 사실을 몰랐을 정도였다.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늦은 오후 윤 대통령에게 “방통위 업무 마비에 대한 부담을 드릴 수 없다”며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통과를 벼르던 민주당은 허를 찔렸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사임한 것은 거야의 압력에 떠밀려서가 아니고 야당 주장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을 남발한 거야의 횡포에 국민 여러분이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시리라 확신한다”며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 사퇴에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선 이 위원장과 대통령실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최장 6개월간 이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기관장 대행 체제로 운영할 수 있는 다른 부처와 달리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현재 구조상 위원장이 직무정지가 될 경우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되면서 의결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상파·종편 방송 인허가와 재승인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일시에 중단되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 95일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이 부위원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대통령실은 방통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인선을 서두를 방침이다. 당장 다음주 발표가 예상되는 개각 명단에 새 방통위원장 후보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이 부위원장이 우선 거론된다. 여권 내부에서도 “가장 빨리 방통위를 재가동할 수 있는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여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도 후보로 꼽힌다.

김기정·박태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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