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의 해독제, 겨울 무 [休·味·樂(휴·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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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이때 '간이벽온방'이라는 의학서가 편찬됐는데, 여기에는 '중종이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순무로 만든 나박김치 국물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한 사발씩 마시도록 지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민간요법이었겠으나 의식동원(醫食同源) 관점에서 보면 무가 허한 기를 보충하는 데 좋다고 하니, 실제로도 환자의 기력을 보충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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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채소를 소금이나 장에 절여 먹곤 했다. 이 채소 절임은 생존을 위한 염분섭취 용도로도, 또 채소가 나지 않던 겨울철 저장 음식으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채소로 장아찌나 절임을 만들었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채소가 '무'였다. 단단한 무는 오래 보관해도 식감이 무르지 않아 겨울 내내 두고두고 먹기 편했다.
무로 만든 절임은 훗날 고춧가루가 우리 땅에 유입되고 나서 깍두기로 진화했다. 깍두기의 원래 이름 중 하나가 '각독기(刻毒氣)'인데, 풀이하면 무가 독을 없앤다는 뜻이다. 무가 이처럼 건강에도 이롭고 구하기 쉬웠던 음식인지라, 깍두기는 서민들의 소박한 밥상 위에 단골 반찬이 됐다. 이후 치아가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삶은 무로 만드는 숙깍두기까지 만들어졌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동치미는 침채류(沈菜類)에 혁신을 일으킨 김치였다. 이전에 소금에 절여 만들던 장아찌류는 염장 과정에서 채소의 수분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당분과 비타민까지 함께 손실됐다. 반면 동치미는 국물에 무의 영양분이 용출되지만,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먹으니 훨씬 더 영양가가 높아졌다.
무로 만든 김치 중 나박김치가 있다. 무를 잇달아 썬 것을 '나박'이라고 불렀으며, 무의 옛말인 '나복'이 들어간 김치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에 동치미와 나박김치는 음식을 넘어 치료제로 여겨졌다. 조선시대에 평안도 용천 지역에 역병이 돌았던 때다. 이때 '간이벽온방'이라는 의학서가 편찬됐는데, 여기에는 '중종이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해 순무로 만든 나박김치 국물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한 사발씩 마시도록 지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민간요법이었겠으나 의식동원(醫食同源) 관점에서 보면 무가 허한 기를 보충하는 데 좋다고 하니, 실제로도 환자의 기력을 보충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에도 연탄가스에 질식하는 사고가 나면 동치미 국물을 퍼먹이던 민간요법이 성행하지 않았던가.
"늦가을 시장에 무가 나올 때면 의원들이 문을 닫는다."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는 무를 '가장 몸에 이로운 채소'라고 지칭했다. 특히 무에 함유된 '다이제스트' 효소는 천연 소화제라고도 불린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이때의 김칫국은 빨간 나박김치일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 조상들은 이미 떡을 먹고 체할 경우를 대비해 무김치를 함께 먹었던 것이다. 또한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무는 제철을 맞아 비타민C 함유량이 증가한다. 겨울이 오면 맛봐야 하는 제철 음식 중에 무를 빼놓으면 안 되는 이유다.
무의 달큰한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요리로 '무 전'을 소개한다. 주재료는 딱 세 가지다. 무, 전분가루, 찹쌀가루다. 가능하다면 생찹쌀가루를 쓰면 맛이 더욱 좋다. 무 300g 기준으로 전분가루 80g, 찹쌀가루 40g, 소금 5꼬집을 준비한다. 무의 식감을 살리고 싶다면 아주 얇게 채 썰거나 강판에 가는 것이 좋다. 편하게 요리하고 싶다면 믹서기도 괜찮다. 무를 갈아 나머지 재료를 잘 섞은 다음에 기름을 두른 팬에서 전을 부친다. 무에 수분이 많아 모양이 잘 안 잡힌다면 접착제 역할을 하는 전분가루를 좀 더 추가한다. 순식간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무 전이 완성된다. 담백하고 고상한 맛에 소란스러운 마음이 절로 고요해지니 연말에 딱 어울리는 요리다.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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