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국인 투자 혜택 늘리지만… 원자재 통제는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기업인 400여 명과 만찬을 함께한 이후, 외국 자본·기업 유치를 위한 조치를 속속 내놓으며 ‘올리브 가지’(화해의 상징)를 흔들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축소하고 탈(脫)중국 기조가 확산되자, 시진핑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만찬 이후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외국인과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 혜택은 늘리는 대신 중국 원자재와 금융 통제는 강화하는 이중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중국은 1일부터 내년 11월 30일까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말레이시아 6국의 여행객에게 ‘15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 외국인들의 중국 입국 장벽을 낮추겠다는 신호다. 파격적 혜택이라 프랑스의 여행 앱에서는 메인 화면에 ‘중국 비행’ 버튼이 새로 생겼을 정도다.
미·중 경쟁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미국 기업들의 숨통도 트였다. 미국의 카드 회사 마스터카드는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위안화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9일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국가 금융감독 관리 총국은 마스터카드의 현지 합작사인 완스왕롄의 은행 카드 결제 기구 개업 신청을 최종 승인했다. 마스터카드는 이로써 유니온페이(중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미국)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 위안화 신용카드 사업자로 올라섰다. 지난달 22일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690억달러(약 90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VM웨어’ 인수 건을 중국 당국에서 승인받았다. 마스터카드는 영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지 3년, 브로드컴은 인수 발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중국의 협조를 얻었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달 15일 시진핑의 샌프란시스코 만찬에서 한 테이블에서 식사했다.
시진핑은 지난달 27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 학습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외자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3년 만에 상하이를 찾아 사흘 동안 머물며 “개혁 심화와 개방 확대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라”고 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상하이를 찾은 것은 시장 자유화 확대의 신호”라고 했다.
중국이 이렇게 신속하게 외국 기업에 우호적인 조치를 내놓는 이유는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내 자본 순유출 규모는 전월보다 80% 늘어난 750억달러(약 100조원)를 기록해 2016년 말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달 17일 중국 상무부는 올해 1~10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9.4%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이후 국제 투자자들은 중국 상하이·선전 거래소의 투자 자금 중 240억달러(약 31조4000억원) 이상을 뺐다. 중국이 반(反)간첩법을 강화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이탈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외부에 문을 열고 있는 중국은 자국의 원자재와 금융 시스템 통제는 대폭 강화하는 중이다. 밖에서 투자금이 흘러 들어오길 바라지만, 정작 내부 자원과 자본은 유출되지 않도록 강도 높게 단속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달 1일부터 전기차 배터리·반도체에 필수적인 광물인 흑연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했다. 업체가 수출 신청을 하면 정부가 이를 심사한 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제한한다. 또 중국의 국가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중앙금융위원회 주임(수장)을 리창 총리가 맡은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올해 3월 당·국가 기구 조직 개편을 통해 만들어진 이 기구가 금융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방첩 당국인 국가안전부가 최근 느닷없이 관심 갖는 분야도 광물과 금융이다. 지난달 30일에는 공식 위챗 계정에 “주요 광물을 보호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리튬, 갈륨, 게르마늄, 희토류를 언급했다. 지난달 2일에는 “금융 분야를 면밀히 주시해 위법 행위를 단속하고 국가 안보 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겠다”고 했다. 경찰과 달리 해외에서도 활동 가능한 국가안전부가 중국인의 해외 자본 유출을 강도 높게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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