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방울” 키득키득… ‘운동권 마초’ 뽐내는 그들

원선우 기자 2023. 12. 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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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끝없는 여성비하 발언 논란
일러스트=박상훈

야권 원로 함세웅(81) 신부의 ‘방울 달린 남자들’ 언급을 두고 여성 비하와 남성 우월주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이은 이번 ‘방울’ 발언은 야권 주류인 운동권 남성들의 사고 방식에 깊게 뿌리내린 남성 중심주의가 문제의 근본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함 신부는 지난달 30일 추미애(65) 전 장관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했던 추 전 장관을 추켜세우며 “방울 달린 남자들이 여성 하나보다 못하다”고 했다. 함 신부는 “그 당시에 문 대통령, 이낙연 총리 또 무슨 비서관들 장관들 다 남자들”이라며 “그 여성의 결단을 수렴하지 못한 게 지금 이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을 가져왔다”고 했다.

함 신부는 방울을 언급하기 전 “제가 사제입니다만 거친 표현을 하면, 남자들, 그, 방울 있잖아요”라며 양 손으로 방울을 흔드는 몸짓을 했다. 그러자 관객석에선 ‘허허허’ 웃음이 터졌다. 남녀 청중은 ‘맞습니다’라며 함 신부 말에 박수를 보냈다. 앞서 축사를 했던 이해찬(71) 전 대표는 추 전 장관의 정계 입문 당시를 회상하며 ‘앳된 아가씨’라는 표현을 세 차례 썼다.

공개 석상에서 전직 장관·당대표를 ‘여성 하나’ ‘아가씨’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부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추 전 장관의 결기나 젋은 시절 외모를 칭찬하는 표현 같다. 그러나 한 여성학자는 “그 이면에는 남성은 방울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없는 여성보다 우월해야 한다거나, 여성은 남성에게 젊음과 외모를 일방 평가받는 수동적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여성은 아무리 경력을 쌓아도 권위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식의 전형적인 여성 비하”라고 했다.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함 신부 발언에 대해 “종교인이자 원로로서 하실 말씀인가”라며 “권위주의는 독재나 보수 진영만의 폐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여성 비하이자 남성 비하”라며 “요즘 성인지 감수성으로 보면 비유나 풍자라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2018~2020년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3명(안희정·오거돈·박원순)이 성추문으로 사퇴하거나 자살했다. 성폭력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 청와대 참모, 공직 후보자 등은 셀 수도 없다. 박원순 시장 사망 사건 당시 이해찬 대표는 “특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유사 사례가 빈발했다.

야권에선 여성을 자신들과 평등한 운동가로 대접하지 않고 성적(性的) 대상으로만 바라봤던 과거 운동권·진보 진영의 남성 중심주의가 그 배경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86세대 작가인 최영미 시인은 2020년 산문집 ‘아무도 하지 못한 말’에서 1980년대 운동권에 횡행했던 성폭력을 폭로했다. 그는 “지금은 유명한 정치인, 국회의원, 법조인”들을 거명하며 “그들에게 유린당하고 짓밟히면서도 여성들은 침묵했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침묵한 여성 의원들에 대해 “당을 위해 현명한 처신을 했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1980년대 운동권에선 반독재·반미만이 진리였기 때문에 남존여비 의식은 조선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성평등 의식 수준은 그대로인데 투쟁 대상만 ‘검찰 독재 정권’으로 바뀌었으니 ‘암컷’ ‘방울’ 같은 여성 비하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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