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노란봉투법·방송법에 거부권… 취임후 세번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으로 불리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은 취임 이후 세 번째다. 거대 야당이 정부와 소수 여당, 상당수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여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립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대결만 남은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이 오후에 이를 재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게 된다. 국회가 이 법안들을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가결시키지 않으면 이 법안들은 폐기된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와 국민의힘 반대를 무시하고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들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노조가 자기 업체뿐 아니라 원청업체를 대상으로도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노조가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이면 무엇이나 파업 등의 쟁의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노조가 불법 행위로 기업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범위를 제한한다는 내용도 있다. 방송 3법은 KBS·E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국회 다수당과 언론 관련 단체가 지명하는 인사로 구성해 ‘노영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산업 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상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 3법에 대해선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는 국민의 뜻을 상시적으로 대변하는 헌법 기관인데 행정부 수반(대통령)이 다반사로 국민의 뜻을, 국회의 결정을 뒤집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일부 법안의 시행을 대통령이 막는 과정에서 드물게 나타났다. 민주화 이후엔 노태우 전 대통령이 7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이 6차례 행사한 것이 가장 많았던 경우다. 그러나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통해 습관적으로 법안을 일방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7개월 만에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안도 모두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법안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동안 경제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고,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갈 것임을 수차례 호소했다”며 “거부권 행사는 국민 경제와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단체만의 입장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최근 복귀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일부 회의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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