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안보위기와 북핵 위협, 국론통일이 최대 억제력”

정리=구자룡 기자 2023. 12. 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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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안보토론회] 북한 위성발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한반도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북한의 3차 위성 발사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파장을 짚어보는 토론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구자룡 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사회), 성일광 한-이스라엘 학회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송웅엽 전 이란 대사(조선대 객원교수).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3차 위성발사와 9·19 군사합의 파기로 한반도에서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복합 위기가 몰아치고 있는 한반도의 안보정세와 이-하 전쟁의 의미를 분석하는 전문가 토론회를 가졌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성일광 한-이스라엘학회장, 송웅엽 전 주이란 대사(조선대 객원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는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이 맡았다.

● 北 위성발사로 9·19 파국 맞은 한반도

구자룡 소장=북한의 위성 발사로 ‘핵주먹에 눈을 달았다’는 말이 나왔다. 위협 수준이 얼마나 높아진 것인가.

남성욱 원장=군사 정찰위성 발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날개를 단 격이다. 정밀 타격 탄도미사일을 보유해도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김정은은 두 차례 위성 발사 실패로 족집게 과외가 필요했는데 마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규모 포탄이 필요한 러시아가 ‘일타강사’처럼 지원하고 나선 꼴이다. 푸틴이 김정은을 보스토치니 우주센터에 왜 데려갔겠나. 정찰위성은 궤도 안착, 송수신, ‘서브 미터’(1m 이하의 해상도)의 사진 전송 등 3가지가 필수 요소다. 북한이 위성 기술에 부족한 것이 있어도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성일광 학회장=하마스의 기습 테러로 러시아와 이스라엘 관계가 껄끄러워졌지만 이스라엘의 높은 과학기술은 구소련 붕괴 후 많은 유대인 과학자들이 러시아에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양국 사이도 좋은 편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군사 작전을 하는데 러시아가 크게 개입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구=북한의 위성 발사 후 북한의 9·19 군사합의 사실상 파기, 남한의 일부 효력 중단 대응이 있었고, 휴전선의 감시초소(GP) 재무장으로 국지적인 무력충돌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9·19 군사합의는 비핵화를 위한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비핵화에 진전이 없어 9·19 합의의 명분은 상당히 쇠퇴했다. 냉전시대 미소 간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이 그렇듯 군사합의는 검증이 필수다. 9·19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선의에만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욱이 북한이 군사합의를 위반한 사례도 수백 회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김정은이 9·19 군사합의를 안 지키겠다고 해서 우리로서는 짐을 덜었다. 명백한 북한의 위반에도 민주주의 국가로서 합의를 안 지키기에 부담이 있었다. 다만 GP 중무장에 따른 군사적 긴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카타르 같은 중재자가 없다”

송웅엽 전 대사=말 그대로 복합적인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긴장이 고조돼 전쟁으로 비화할 때 중요한 요소는 중재자다. 한반도에는 그런 세력 또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성=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있는 작은 국가 카타르는 지정학적 위치를 잘 활용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란과 사이가 잠시 틀어졌을 때도 재정적 지원이나 주요 인물에게 안가를 제공하는 등으로 신뢰를 쌓았다. 미국의 공군기지도 있다. 미국이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은 카타르가 마음에 안 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하마스와 대화할 수 있는 대화의 채널도 필요해 카타르의 중재 활동을 활용하는 것 같다.

구=북핵 위기 중재자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한다.

남=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전승절 70주년에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의 중재자 역할에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중국 학자가 중국은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나에게 보내왔다. 북핵 30년에 중국의 중재역할론을 말하고 있지만 국제 정치의 맥락과는 맞지 않는다. 여러 세력이 공존해 다극화되어 있는 중동과 달리 동북아는 4강에 매몰된 시스템이다. 주전 선수가 4개국뿐이어서 누가 중재를 하기 어렵다.

송=카타르의 중재 역할은 전임 하마드 국왕의 탁월한 영도력에서 비롯되었다. 이란과 공유하고 있는 북부 가스전 개발로 경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적극적 개혁과 개방정책 실시로 카타르는 중동 내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부상했다. 카타르는 국가 수립 과정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하마스도 무슬림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카타르의 중재력은 미군 공군기지 수용을 통한 안전보장 위에 이란, 사우디, 하마스 등과의 긴밀한 유대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 러시아 의식하는 한국과 이스라엘

구=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식하는 점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이 유사점이 있는 것 같다.

성=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대러 제재에 반대한 것처럼 러시아 눈치를 살핀다. 첨단기술 협력 등으로 양국이 사이가 나쁘지 않다. 푸틴과 네타냐후의 개인적 관계도 좋다. 이란이 시리아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시리아의 방공망은 러시아가 사실상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가 제대로 마음먹으면 이스라엘 전투기가 작동을 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엄청난 압박에도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스라엘에는 러시아 출신 유대인 정당도 있다. 이스라엘의 제2의 언어가 아랍어가 아니고 러시아어라는 말까지 있다. 러시아어 방송과 신문도 있다. 미국의 압박에도 이스라엘은 이런 러시아와의 관계 때문에 나름대로 버티고 있다.

● ‘이란-러시아-북한 커넥션’의 위협

송=이란과 러시아의 긴밀한 군사 협력, 특히 드론 분야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각되고 있다. 이란의 드론이 북한에도 전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데 이란의 드론 기술이 미국의 드론 기술에서 넘어갔을 수도 있다. 2011년 12월 이란이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에서 미국이 운영하던 최첨단 드론(RQ-170 센티넬·별명 칸다하르의 야수)을 재밍(전자파 교란 등 기술)으로 통제권을 탈취한 뒤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를 통한 재조립 생산)을 통해 제작하는 방법으로 기술을 획득했다. 이란-러시아-북한 간 삼각관계를 타고 이란의 드론 기술이 러시아와의 합작을 통해 북한에도 전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기습테러, ‘정보 실패’가 문제

성=이번 하마스 기습에서 문제는 기습 공격보다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다. 정보부가 정보를 올렸지만 ‘하마스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전쟁보다 경제 개발에 더 주력할 것이다’라고 오판하고 방심한 것이다.

남=전쟁은 다 기습이다. 이스라엘은 1년 전부터 하마스 도청을 중단한 데다 ‘정보의 정치화’도 문제였다. 정보기관이 경고를 해도 정보의 ‘파이널 유저’(최고 정책결정자)가 편견 등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장 문제였다.

송=이스라엘의 정보 실패 덕분에 하마스로서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기습 효과를 거두었다. 하마스는 군사적으로는 타격을 입었지만 테러 기습을 통해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주장하는 대의를 널리 알리면서 존재 의지를 과시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 유례없는 ‘인도적 휴전’


구=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과 죄수를 석방하면서 잠정적으로 ‘인도적 휴전’을 하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성=서로의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도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인질 240여 명이 석방되지 못하면 전쟁에서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나. 하마스는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필요했다. 2011년 길라드 샬리트 상병이 5년간 갇혀 있다가 풀려났는데 이스라엘에서는 1000명 이상을 풀어줬다. 그때 이번 테러를 총지휘한 예히야 신와르도 22년 갇혀 있다가 풀려났다. 이스라엘 인질의 효용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 이-하 전쟁과 미국 대선


구=이-하 전쟁 결과에 따라 내년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지지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송=미국 대선은 1년가량 남았다. 이-하 전쟁은 진행 중이지만 일단락되면 트럼프와 가까운 네타냐후는 총리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4차 중동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이 승리했지만 초반의 실패를 책임지고 정권이 바뀌었다. 제1차 걸프전 직후 1991년 개최된 마드리드 회의처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회의가 열릴 수 있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평화안을 도출할 경우 바이든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남=외교는 대통령의 영역이다. 앞으로 미국 대선까지 1년가량이나 남았다. 이 기간 외교를 통해 반전을 이룰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 대선의 결과에 대해 민주 공화 후보 중 누가 당선될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400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외교 안보 국방에 관한 1차 보고서를 제시했다고 한다. 방위비 대폭 증액 등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항목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바이든 정부와의 ‘워싱턴 선언’ 등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벌써 로비에 들어갔다는 말도 있다.

● 미국에 목소리 내는 이스라엘

구=6·25전쟁에서 한국은 작전권도 내주었고 정전 협상 과정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남=시큐리티(안보)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개인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이승만이 프린스턴대에서 박사를 한 것은 지금으로 치면 우주에 가서 공부하고 온 것에 가까운 개인기다. 그랬기 때문에 휴전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승만을 ‘에버레디 계획’으로 하야시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유대인 네트워크의 힘과 시오니즘 전쟁을 보면서 우리도 애국심과 자강의지가 안보를 지킨다는 것을 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 정치가 양극화돼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구=자강을 훼손하는 요소가 양극화 혹은 국내적인 분열이라는 뜻인지.

남=우크라이나가 젤렌스키를 중심으로 항전 의지로 뭉치지 않았으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1930년대 초반 대기근 때 단합해 모스크바에 저항했던 기질이 피에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우리는 자강에 플러스알파가 있는데 바로 ‘동맹’이다. 전 세계에서 홀로 자주국방을 하는 나라는 없다. 다만 ‘동맹은 공짜가 아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송=이스라엘은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지 않았다. 조약에 따른 구속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외교는 내치의 연장’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국가다. 이는 유대인의 막강한 파워에서 비롯된다. 우리도 그러한 역량을 갖추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성=전후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생각이 다르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안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하 확전 막은 요인들

구=확전 혹은 5차 중동전쟁 우려가 초반에 나왔다가 수그러졌다.

성=무엇보다 관심사는 헤즈볼라였는데 미국이 두 개의 항모전단을 지중해에 투입해 억제 효과가 컸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때 활용하려는 헤즈볼라를 이번과 같은 사태에 소모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하마스에 심정적으로 동조한다지만 아랍 주변국은 전쟁에 관심이 없다. 이집트나 요르단은 자기들 먹고살기도 바빠 이스라엘과 전쟁할 상황이 아니다.

송=키신저는 오래전 중동 문제에 대해 ‘이집트 없이 전쟁 없고 시리아 없이 평화 없다’는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수교해 더 이상 중동 전쟁은 없어졌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아직 수교를 안 해 평화는 오지 못했다. 이란은 직접 개입에 따른 확전을 원치 않으며,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을 활용한 간접 개입의 수준을 조율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헤즈볼라를 자극해 확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최고의 안보 대비는 국론 통일과 단합

구=하마스의 기습 공격 중에 북한의 위성 발사가 있었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도발, 확전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남=지금은 국제 정치의 ‘체제 전환기’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파워가 약해지면서 도처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분쟁이 터져 나오고 있다. 70년간 지속된 한반도 평화도 어느 순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전쟁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안보에 관해 국론을 통일하고 협력하는 것이 절실한 시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정리=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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