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웃음과 위로가 있는 유쾌한 정신과

이호재 기자 입력 2023. 12. 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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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길거리 흡연은 규칙 위반이야'라고 주의를 줘본들 적반하장 격으로 오히려 화를 내서 싸움만 날 테니까."

정신과 의사 이라부에게 회사원 가쓰미가 찾아와 하소연했다.

이라부는 태평하게 웃으며 "화를 내면 된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화창한 날씨는 거의 없단 말이야! 바다가 반짝이는 시간대는 지금뿐이야!" 가쓰미는 행복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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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체조/오쿠다 히데오 지음·이영미 옮김/352쪽·1만7000원·은행나무
“‘당신, 길거리 흡연은 규칙 위반이야’라고 주의를 줘본들 적반하장 격으로 오히려 화를 내서 싸움만 날 테니까.”

정신과 의사 이라부에게 회사원 가쓰미가 찾아와 하소연했다. 가쓰미는 규칙을 어기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 과호흡 발작까지 간혹 일으킬 정도다. 그러나 타인에 대해 지적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 이라부는 분노 조절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방 화를 내는 것도 문제지만, 제대로 화를 안 내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라부는 태평하게 웃으며 “화를 내면 된다”고 진단했다.

가쓰미는 며칠 뒤 전철 건널목에 갔다. 그곳에서 일본의 국민체조로 불리는 라디오 체조를 시작했다. 두 발 뛰기로 전신을 가볍게 흔들고, 팔과 다리를 접었다 폈다 했다. 주위에선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가쓰미는 신경 쓰지 않으며 소리쳤다. “이렇게 화창한 날씨는 거의 없단 말이야! 바다가 반짝이는 시간대는 지금뿐이야!” 가쓰미는 행복해졌을까. 단편 ‘라디오 체조 2’의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모았던 ‘공중그네 시리즈’의 4편이다. 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받은 ‘공중그네’와 ‘인 더 풀’, ‘면장 선거’ 등 3권은 국내에서 총 100만 부 팔렸다. 일본에서 2006년 ‘면장 선거’, 올해 ‘라디오 체조’가 출간됐으니 이라부가 17년 만에 복귀한 셈이다.

신간엔 5편의 단편을 담았다. 컴퓨터만 벗어나면 불안증을 앓는 주식 투자자(단편 ‘어쩌다 억만장자’), 원격 수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학생(단편 ‘퍼레이드’)으로 마음이 피폐한 현대인을 그렸다. 이라부는 웃음을 선사하며 우울증을 치료하고(단편 ‘해설자’), 광장공포증에 걸린 피아니스트에게 밴드 공연에 참여해보라고 따뜻하게 조언하며(단편 ‘피아노 레슨’) 이를 해결한다. 과거 작품의 연장선이라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이라부의 유쾌한 진단을 받으면 옛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든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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