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는 기본, 오픈런도 불사”… 팝업스토어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정서영 기자 입력 2023. 12. 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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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팝업스토어 열풍 어디까지
더현대서울 팝업 고객 75%가 2030… 오프라인 경험-한정판 굿즈에 매력
“연 200만 명 이상 추가 모객 효과”… 성수동서만 월 100회 넘게 열려
상가 매매가 3년 만에 70% 상승… 단기 임대료 올라 “부르는 게 값”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바야흐로 ‘팝업스토어’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임시 매장인 팝업스토어는 서울 곳곳에서 상시적으로 열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선 이틀에 한 개씩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나오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팝업스토어용 대관료는 4년 새 2배로 뛰었다.》






지난달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에서 열린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일본 원제 ‘크레용 신짱’)의 임시 매장(팝업스토어).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짱구를 만나기까지 1시간 40분. 짱구의 인기는 못 말릴 정도였다.

지난달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일본 원제 ‘크레용 신짱’)의 팝업스토어가 마련됐다. 팝업스토어는 말 그대로 웹페이지에서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처럼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한두 달간 운영되는 가게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면 ‘임시 매장’이지만, 요새 마케터들에게 팝업스토어는 임시 매장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날 기자가 짱구는 못 말려 팝업스토어를 찾은 시간은 오후 5시 40분. 대기 인원이 주말에는 200명을 훌쩍 넘는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후기를 참고해 평일인 수요일 퇴근 시간대보다 이른 시간을 노렸건만, 앞선 대기 인원은 이미 83팀에 달했다. 팝업스토어에는 인형, 스티커, 노트 등 다양한 짱구 ‘굿즈’에 푹 빠진 20, 30대로 가득했다. “귀엽다” “사고 싶다”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가장 인기를 끈 건 애니메이션 주인공 짱구와 반려견 흰둥이가 무인 사진관 ‘인생네컷’을 찍은 콘셉트로 제작된 스티커였다. 스티커 판매대 앞에 인파가 몰리며 5분 이상 갇혀 있어야 했다.

팝업스토어 외부에서도 짱구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짱구 팝업스토어는 이날을 포함해 경기 성남시 판교, 대구, 부산 등 올해 네 번 열려 총 방문객 18만 명 이상을 모았다.

팝업스토어 열풍이 거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마포구 홍대입구 등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팝업스토어가 이젠 백화점 등 기성 유통 채널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팝업스토어 메카인 성수동은 팝업스토어 인기로 부동산 임대료가 몇 년 새 두 배로 오르는 등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 온라인의 대항마… 유통가에 부는 팝업스토어 바람

팝업스토어가 지금과 같이 유통채널과 결합돼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팝업스토어 초창기엔 신제품 소개나 할인 판매 매장의 성격이 짙었다. 팝업스토어를 마케팅 차원에서 내걸고 운영한 사례는 2009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패션브랜드 구호(KUHO)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마련한 매장이나 나이키가 마포구 상수동에 마련한 매장이 최초의 팝업스토어로 받아들여지긴 한다.

그러다가 2015년 전후로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자 오프라인만의 묘미를 지닌 팝업스토어가 서울 도심의 골목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니터로만 볼 수 있었던 상품이 오프라인에 소개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팝업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잠시 주춤했으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가 도래하자 ‘경험’과 ‘한정판’에 꽂힌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공간이 됐다.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을 살려야 하는 유통업계, 특히 백화점은 팝업스토어를 적극 유치하기 시작했다. 유행에 민감한 업종의 특성상 인기 팝업스토어를 통해 20, 30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점포 중 가장 인지도가 있거나 규모가 큰 매장에서 진행된다. 팝업스토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더현대서울이다. 마케팅업계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은 2021년 2월 개점 후 올해 11월 중순까지 약 460회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틀에 한 개꼴로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연 셈이다. 롯데백화점도 올해에만 잠실점에 200여 개,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점에 100여 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팝업스토어 매출은 기존 매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패션 매장 최상위 브랜드의 월 매출은 3억∼4억 원대 수준이다. 하지만 더현대서울 인기 팝업스토어의 경우 1, 2주 운영하는 동안 매출이 10억 원, 심지어 20억 원에 육박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팝업스토어의 주 고객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아트리움’을 설치한 이후 방문객 중 20, 30세대 비중이 약 10%포인트 늘었다. 더현대서울의 경우 팝업스토어 제품 구매 고객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매장의 평균 20, 30대 비중이 약 25%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적극 유치한 결과 더현대서울에 2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추가로 유치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임시 매장’의 이미지였던 팝업스토어가 ‘한정판 전문 매장’으로 진화했다고 본다. 운영 기간 제한이라는 팝업스토어의 특징이 ‘이때 아니면 못 산다’는 인식을 주게 된 것.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환경의 변화로 과거 같은 대중적, 빅 브랜드의 탄생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SNS에서 쇼트폼(짧은 동영상)이 유행하듯 유통업계에서는 팝업스토어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핫플레이스’ 내 팝업스토어… 부동산 가치도 끌어올려

서울 성수동, 신사동, 한남동 등 이른바 ‘MZ세대 핫플레이스’가 팝업스토어의 격전지로 떠오르자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성수동의 경우 팝업스토어가 자주 설치되는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과거 ‘임대 문의’ ‘입점 문의’와 같은 문구 대신 ‘팝업(스토어) 문의’, ‘대관 문의’ 등의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거리가 있는 성수동 연무장길은 최근 수년간 월평균 100개 이상 팝업스토어가 열리자 인근 상업 시설의 매매가격이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연무장길 일대(성수동 1∼2가) 상업 시설 평균 매매가는 대지면적 기준 평당(3.3㎡) 1억2972만 원으로 3년 전인 2020년(7644만 원)보다 약 70% 상승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4년 전인 2019년 6월 220억 원에 연무장길 땅을 매입해 지어 올린 사옥 ‘무신사캠퍼스E1’은 올해 10월 1115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를 위한 단기 임대는 ‘부르는 게 값’으로 통한다. 성수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등에 따르면 성수동 팝업스토어용 단기 임대 일일 대관료는 평당 15만∼20만 원대다. 평당 10만 원대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4년 사이 2배 가까이로 뛰었다. 장소와 시기 등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통상 20평 크기 팝업스토어를 일주일간 운영한다면 대관료만 2000만 원 이상 드는 셈이다. 마케팅과 인테리어 비용도 추가로 수천만 원이 발생한다.

건물주들 사이에선 임대보다 팝업스토어 유치를 선호하는 추세도 두드러진다. 월세보다도 팝업스토어 수익이 높다 보니 팝업스토어 임대업으로 전환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추운 겨울이지만 여름철만큼이나 많은 팝업스토어가 이어지고 있어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팝업스토어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플랫폼도 생기고 있다. 이들은 공간 대여를 중개하거나 운영 기획을 대행한다. 팝업스토어 대행사인 ‘스위트스팟’이 중개한 팝업스토어 숫자는 2019년 대비 30배 이상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스위트스팟 매출액도 126% 뛰었다.

● 팝업스토어 과열… 희소성 떨어지고 젠트리피케이션

전문가들은 당분간 ‘팝업스토어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정된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최근 소비 성향, 팝업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업체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팝업스토어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기성 유통사, 대기업 브랜드까지 모두 팝업스토어를 만들고 나서자 팝업스토어가 가진 독특함, 희소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의 묘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대기업 참여가 늘어날수록 팝업스토어만의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팝업스토어의 성지’인 성수동의 경우 전형적인 상업형 젠트리피케이션 전철을 밟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성수동이 팝업스토어라는 독특한 콘텐츠를 무기로 삼아 성장했지만, 자본이 몰려들고 상업화되면서 지역 특색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로 임대료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성수동의 기존 상인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성수동도 팝업스토어 유행이 시들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슬럼화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주기적인 팝업스토어에 따른 폐기물 역시 문제로 꼽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가 계속 바뀌며 들어가는 인테리어 자재와 폐기물 등이 환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팝업스토어의 환경 문제에도 인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MZ세대 잡아라” 각양각색 금융권 팝업스토어

[위클리 리포트] 팝업스토어 열풍 어디까지
팝업스토어로 이미지 변신 꾀하는 금융권
은행권, 고객에 친근한 이미지 주기 위해… 공항-지역 상생 주제로 체험 공간 마련
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도 젊은층 공략… 브랜드 인지도 높여 업계 선점 노려

유통업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팝업스토어 열풍이 금융회사로 번지고 있다. 금융업계가 갖고 있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NH올원뱅크 신선놀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NH농협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 ‘NH올원뱅크’의 금융·생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은행권은 단순히 상품 홍보를 넘어 다양한 방식과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7월 해외여행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로그’를 홍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 ‘하나뿐인 공항, 성수국제공항’을 오픈했다. 실제 공항처럼 꾸며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해외여행 전용 체크카드의 혜택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자 하나금융은 7월 7일부터 16일까지였던 운영 기간을 23일까지로 늘렸다. 이 기간 동안 약 1만7000명이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역 상생을 주제로 내걸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원 더 바이브 합정’을 열고 지역 상점이 판매하는 소품을 활용한 포토존, 지역 예술가들의 아트북 등을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은행은 MZ세대를 겨냥하는 수단으로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 대신 젊음과 친숙함을 내세워 고객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MZ세대의 ‘핫 플레이스’인 성수동이 팝업스토어를 여는 단골 장소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비대면에 익숙한 젊은층이 은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며 “고객들이 상품에 따라 언제든 은행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인 만큼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이달 2일까지 반려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오모오모 하우스’를 운영한다. 펫 전용 사진 스튜디오, 슬개골 마사지 클래스, ‘펫스널 컬러(펫+퍼스널 컬러)’ 진단 등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각인시켜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신한카드는 싱가포르항공과 함께 ‘크리스플라이어 팝업스토어’를 열고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 신한카드’ 상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실체적으로 느낀 것이 결국 고객 확보로 연결된다”며 “젊은 세대가 낯설게 느끼는 업종들이 팝업스토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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