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에 이어… ‘사회적 낙인’과 또 한번 싸운 사람들

정진수 2023. 12. 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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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감염'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신간 '휘날린 날들'은 이보다 40년 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인류가 드러낸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비난, 혐오라는 극단성의 문제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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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말린 날들/서보경/반비/2만50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감염’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전 세계를 강타한 유례없는 감염병으로 모든 나라가 허둥대며 초기 대응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노출되기도 했다. 초기 감염자에 대한 ‘낙인 효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문제는 코로나19가 처음이 아니고, 앞으로도 반복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와중에 유행한 엠폭스(원숭이두창) 사례만 봐도 그렇다.

신간 ‘휘날린 날들’은 이보다 40년 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인류가 드러낸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비난, 혐오라는 극단성의 문제를 짚는다.
서보경/반비/2만5000원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바이러스다. 1980년대 에이즈의 첫 번째 사례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동성애 성관계를 가진 남성에게서만 발병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성적으로 문란하고 무책임한 동성애자’가 일으킨 재난으로 치부됐다. 동성애자에 대한 정치·사회·문화적 차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감염 차별’의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저자는 7개의 장을 통해 그 역사를 세세히 살핀다. 1장에서는 글로벌 에이즈 유행의 기원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존재인 남성 동성애자와 그들의 성적 문란에 관한 서사의 틀을 재검토한다. 2장에서는 한국에서의 에이즈 유행에 대해 다룬다. 이 과정에서 한국식 에이즈 패닉을 일으키는 데 중요하게 기여한 당대 의과학·보건학적 담론의 전개 양상을 추적한다. 3·4장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나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감염 사실이 까발려진 경우 등 HIV 치료 보편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배제로 인해 감염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명한다. 또 HIV 감염을 이유로 입원·진료·수술 거부를 비롯한 의료 영역에서의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움직임이 형성됐는지도 살핀다. 5장은 국내에서 에이즈 예방법 제19조의 전파매개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람들의 사례 등 법에 기반해 ‘성적 낙인’이 유지돼 온 부분을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6장과 7장은 감염의 특성을 공동성과 취약성의 문제, 정치의 영역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를 설파한다.

저자는 HIV에 한정한 역사와 사회적 반응을 다뤘지만, 이를 통해 감염의 특성상 ‘앞줄에 선 사람들’, ‘먼저 휘말린 사람들’에게 자행된 차별에 대한 거대 담론으로 확장해야 함을 강조한다. 코로나19 당시 ‘몇 번 환자’가 돼 동선이 공개되고 비난당하고 공동체에서 격리되는 것은 여전히 감염이 개인의 잘못된 행동의 결과로 여겨지고 그로 인한 낙인을 감내해야 함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염을 먼저 겪은 사람들은 숨거나 도망쳐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사람들이다. 마치 영화 ‘부산행’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먼저 감염된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바이러스를 회피하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해 주인공들이 시간을 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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