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문해력과 어머니

입력 2023. 12. 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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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어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다.

문자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능력과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하려는 마음, 타인의 생각을 잘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일상 속 문해력은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라도 내가 어머니의 삶을 뒤늦게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전달됐다면, 난 적절하게 쓴 것이고 당신의 문해력은 지면을 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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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어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가 남긴 흔적들을 펼쳐 보면서, 불효자의 심정으로 뒤늦게나마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역사가 있다. 그 시간과 감정들을 모두 공유할 수 있다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으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고독한 개체이기 때문에 물리적 존재를 넘어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인간은 이해받기를 바라며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쓴다. 그러나 내가 전하는 말과 글은 당신에게 온전히 가닿지 않는다. 전달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이해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관계와 해석이 생성되기도 한다. 텍스트와 담화, 독자와 청자 그 사이에서 저마다의 해석이 생성되듯이 말이다.

문해력의 문제는 문해의 대상 단위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이해의 대상이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첫 단계는 문자일 것이고, 어휘, 문장, 텍스트의 단계로 그 폭이 넓어진다. 초기 문해력은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지칭했을 것이고, 현 시대에서는 단순하게는 어휘, 확장해서는 텍스트의 비판적 이해력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텍스트 문해력의 너머에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한국에 들어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은 대부분 한국어 몰입 환경에서 학습을 시작한다. 한국어 선생님은 마치 그들의 한국어 엄마가 된 것처럼, 그들이 알아듣기 쉽고 배우기 쉬운 문장으로 천천히 얘기하고, 수줍게 내뱉는 그들의 한국어를 한마디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경청한다. 그리고 그다지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학습자들은 한국어로 일상생활을 해 나간다. 자신의 학생을 이해하려는 한국어 선생님의 마음 앞에, 학습자의 불완전한 언어 숙달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자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능력과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하려는 마음, 타인의 생각을 잘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일상 속 문해력은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바라며 글을 쓰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듣고 읽는다면 나와 당신의 사이에 큰 어려움은 없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으면 그만이고,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또다시 읽으면 그만이다. 몰랐던 표현 때문에 오해했다면 다시 이해하면 그만이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무례하거나 무관심한 마음이 나와 당신의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사실 나의 어머니와 문해력은 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라도 내가 어머니의 삶을 뒤늦게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전달됐다면, 난 적절하게 쓴 것이고 당신의 문해력은 지면을 넘어서 있다. 진심은 시공간을 넘어서도 전달될 것이다.

구지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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