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헌법 54조 또 어겼다…정치싸움만 하다 올해도 ‘지각 예산’
법사위 계류 법안 438건
민생 법안 처리도 외면
“상대방에 책임” 남탓만
다음주 법사위 속개 이어
회기 내 예산처리 여부 관심
여야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을 하루 앞둔 1일 열린 본회의에서 657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처리 안건으로 올리는 데 실패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이 1일부로 종료됨에 따라 정부 원안이 이날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으나 부의안 상정은 이뤄지지 않은채 여야 간 협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국회가 지난 20년 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준수한 건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도, 문재인 정부 시절 2021년도 예산안 2번이 전부였다. 나머지 18번은 전부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엔 법정시한을 3주 넘긴 12월 24일에 가까스로 처리돼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정치권은 우선 정기국회 회기인 오는 9일 전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이 위원장과 검사 탄핵안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또 민주당이 회기 종료 하루 전 예정된 8일 본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쌍특검’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것도 걸림돌이다. 9일까지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치권은 연말까지 임시국회를 열어 재차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 탄핵안 갈등 여파로 법사위도 공전을 거듭했다. 민주당에선 본회의 전 법사위를 열어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수차례 거부하며 안건 처리가 불발돼 왔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막기 위해 법사위마저 파행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탄핵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했던 것 때문에 법사위 안건 처리 자체가 무산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정부·여당에선 시급히 처리해야할 법안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유통산업법, 중대재해처벌법, 1기 신도시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을 꼽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시설 마련을 위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안이 적용되는 것을 2년 더 유예해주는 걸 골자로 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부도 위기 기업의 회생을 돕는 ‘워크아웃’ 제도를 2026년까지 연장하도록 한다.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청년 일자리 사업, 원전 사업, 소상공인·신생아 출산가구 저리융자 등에 주안점을 뒀다.
민주당에서는 아동학대 신고 시 교권 보호를 위해 교육청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한 아동학대범죄처벌 개정안,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각종 재난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를 의무화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을 내세우고 있다. 예산 분야에선 윤석열 정권이 삭감한 민생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며 ‘이재명표’ 예산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과 내일채움공제 청년 일자리예산, 새만금 지원 예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청년 3만원 패스 예산 등이다.
다만 이 위원장이 탄핵소추에 직면하기 전 스스로 직을 내려놓는 등 최악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여야 간 협상 여지가 다소간 열렸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소 의원은 지난달 29일 법사위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사끼리는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 등에 대한 처리가 급하기 때문에 다음주에는 법사위를 열자고 하는 부분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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