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80대 노부부 살리고... 20대 소방관은 나오지 못했다
1일 제주 서귀포시 한 창고의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던 임성철(29) 소방교가 무너진 콘크리트 처마에 깔려 숨졌다. 임 소방교는 구급대원인데도,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화재 현장에 들어가 불을 끄고 있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순직한 임 소방교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이날 새벽 1시 9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창고에서 불이 났다. 구급대원이었던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임 소방교는 신고 접수 9분 만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임 소방교는 불이 난 창고 인근 주택에 있던 80대 노부부부터 대피시켰다.
임 소방교는 구급대원이었지만, 소방 장비가 도착하자 화재 진압 대원들과 함께 장비를 착용하고 화재 현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불길이 거세지면서 외벽이 무너지고, 콘크리트 처마가 붕괴하면서 임 소방교를 덮쳤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콘크리트 더미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바람에 임 소방교는 머리를 크게 다쳤다. 오전 1시 16분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올해 5년 차 소방공무원인 임 소방교는 소방관이 꿈인 청년이었다.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 시절인 2017년 제주소방서 실습을 마치고 쓴 언론 기고문에서 “첫 구급 출동 때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이론으로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반장님들이 침착하게 환자를 처치해 이송하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걱정이 사라지고, 소방대원분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고 존경스러웠다”고 적었다. 또 “이번 실습을 통해 구조, 구급대원분들이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나도 소방관이 돼 하루빨리 실습생이 아닌 동료로, 반장님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19년 5월 경남 창원에서 첫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21년 10월 고향 제주로 돌아와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에서 근무 중이었다.
제주도는 임 소방교에게 소방장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소방안전본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장례는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치러지고, 오는 5일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에서 영결식이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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