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유치위 “대통령 영어연설 현장 표심 자극” 판세 뻥튀기
특위 국회 회의록에 여실히 드러나
투표 전망 질의에 ‘틀린 대답’ 반복
외신 ‘부산 30표’ 예측 보도도 ‘무시’
정부·여당은 순방 성과 치켜세우기
홍준표 “거짓 보고자들 징치해야”
“유치 투표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3분의 2(득표)로 끝날 가능성은 없나.”(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어렵다고 본다.”(윤상직 엑스포유치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6월13일 국회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특별위원회(엑스포특위) 회의에서 윤 총장은 이같이 단언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투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총투표국의 3분의 2 이상인 119개국 지지를 얻어 엑스포 개최를 확정지었다. 부산은 29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였다.
경향신문이 2022년 2월19일부터 지난 9월21일까지 총 13번 열린 엑스포특위 국회 회의록을 검토한 결과 회의에서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엑스포유치위·지원단 등 정부 측 판세 분석은 부정확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에 대한 찬양에만 급급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6월13일 유경준 의원은 부산이 1차 투표에서 밀릴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가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득표할 가능성은 없고, 2차 투표에 대비하고 있다는 건가”라고 묻자 윤 총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재차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1등 하고 우리가 2등, 이탈리아가 3등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연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윤 총장은 “물밑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득표 결과에서 보듯 성과는 없었다.
지난 7월13일 회의에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4차 PT(프레젠테이션)가 끝나자마자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가 로마 엑스포유치위원회를 인용해 ‘리야드는 약 70표, 로마 약 50표, 부산 약 30표’라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경호 유치지원단장은 “그 후보국이 뭔가 조금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과장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판세 분석 질의에 “대통령께서 여러 국제 다자 행사에서 양자 간의 유치활동을 많이 했다”며 “그 결과 상당히 사우디의 지지세는 조금 주춤하는 것 같고 사우디 지지 성향의 국가들에 대해서 입장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대통령 성과 추켜세우기에만 집중하기도 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7월13일 회의에서 “대통령님께서 영어 연설을 통해 유치 성공을 향한 대한민국의 추진 의지와 진정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단장은 “분명히 표심을 자극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헌승 의원은 “윤 대통령께서 통역 없이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달해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은 7월13일 “지난 6월 총회에서 대통령은 PT 발표와 리셉션 참석을 통해 한국의 강력한 유치 의지를 표명하고 유치 교섭 국면 전환의 분수령을 마련했다”고 강조했고, 9월21일에는 “대통령께서의 여러 가지 최근의 순방을 통해서 우리 지지세가 굉장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지를 얻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9월21일 “일본의 공식적인 지지 선언이 우리나라가 지지를 확보하는 데 굉장히 큰 동력이 될 것”이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엑스포 발표 이틀 전 유력 일간지 헤드타이틀로 ‘49 대 51 막판 역전 노린다’라고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보도케 하고 미국에서 돌아온 대통령에게 박빙이라고 거짓 보고하고, 하루 만에 또 파리로 출장가게 한 참모들이 누군지 밝혀내 징치(懲治)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런 무능하고 아부에 찌든 참모들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정권을 망친다”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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