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언론장악 기조 유지…총선 때까진 주도권 안 놓을 것”
1인 체제, ‘합의제 기관’ 근간 위배…주요 안건 의결 불가
탄핵 무산으로 새 위원장 지명 땐 ‘공백 기간’ 줄어들 듯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취임한 지 3개월여 만에 사퇴했다. 원래 5인 체제인 방통위에 이제 위원은 이상인 부위원장(사진) 1명만 남았다. 당분간 방통위는 주요 안건을 의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난 8월25일 임명된 뒤 방송 정상화를 내세워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만들도록 했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기중 이사를 해임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김 이사의 해임 효력을 정지했다.
이 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소추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방통위원장 공백’ 기간은 예상보다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이 탄핵되면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최대 6개월간 직무가 정지돼 내년 4월10일 총선을 넘길 가능성이 컸다. 새 위원장을 내정하고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보다 훨씬 짧을 것으로 보인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전 방통위 상임위원)는 “(이 위원장 사퇴는 현 정부의) 언론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며 “선거 때까지는 절대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법의 형식만 놓고 보면 ‘1인 체제’ 방통위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방통위법은 ‘위원 2인 이상의 요구’ 또는 ‘위원장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는데 이 부위원장이 혼자 회의를 소집해, 안건 의결에 찬성하면 형식적으로는 요건이 성립한다.
다만 방통위는 장관을 두는 독임제 행정기관이 아니라 5인 위원의 논의를 통해 안건을 의결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의 이유 중 하나로 ‘위원 2인만으로 방통위 안건을 의결한 점’을 들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헌법·언론법)는 “(1인 의결을 한다면) 형식적 요건을 충족해도, 균형을 맞춰서 판단하라고 합의제 기관을 만든 그 설립 목적에 반하게 운영하는 것”이라며 “실질적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지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1인 운영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애초에 5인 체제 방통위를 제대로 구성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안형환 전 부위원장 후임으로 지난 3월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을 임명하지 않았다. 8월 임기가 만료된 여당 추천 김효재 부위원장과 야당 추천 김현 위원의 자리도 아직 비어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한 뒤 방통위 기자실에서 사퇴 이유에 대해 “거야(거대 야당)의 압력에 떠밀려서가 아니고, 야당의 주장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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