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
여권이 또 ‘되치기’ 한 셈…이재명 “이동관 아바타 내세울 듯”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당일인 1일 자진 사퇴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또 정부·여당에 반격당한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이 급작스럽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철회하면서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바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이 위원장 탄핵안 표결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 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데는 내년 총선 전까지 방통위를 식물 상태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이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되던 방통위가 부위원장 1인 체제로 바뀌면서 수개월간 무력화되는 것이다. YTN 민영화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약 없는 업무 공백보다 이 위원장 후임을 빨리 임명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기습 사퇴를 “꼼수 사의”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헌법재판소에 가서 본인들의 범죄 혐의가 인용될 것을 우려해서 이동관의 뺑소니를 사표 수리라는 이름으로 허용한 것은 매우 잘못됐다”며 “헌법을 유린하고 범죄 혐의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에 대한 법적 처리를 대통령이 방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는 이 위원장 사퇴를 예상했다고 해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미 저희가 알고 있었고 우려하고 있었던 내용”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위원장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이동관 아바타를 내세워서 끝내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5인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를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체제로 계속 운영할 경우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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