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원 안해주면 어쩌나”…입술 바짝 마르는 이 업계, 무슨 일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3. 12. 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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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외우려집단 발표 앞두고
국내 배터리사 촉각 곤두세워
“음극재 자립 불가능한 상황”
미국 규제 시작되면 타격 클듯
[사진 출처=연합뉴스]
미국 재무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 발표를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광물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업계는 이번 발표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에 변화가 없는지 대응할 계획이다.

미 재무부는 1일(현지시간) FEOC 세부 규정을 발표한다. 현재 IRA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 등으로 정의한 인프라법상 FEOC 규정을 원용하고 있는데 이번 발표로 상세한 규정이 마련된다.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국영 기업의 배터리나 부품, 핵심 광물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FEOC 규정과 관련한 첫 번째 쟁점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소량의 부품이나 광물을 허용하는 최소 기준치인 ‘미소기준(de minimis)’이 있을지 여부다. 일례로 북미자유협정(USMCA)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상품에 대해 미소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USMCA의 자동차 원산지 규정은 자동차 핵심 부품 원가의 25% 미만까지 역외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FEOC 규제도 이와 유사하게 최소 기준치 25%가 적용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한 국내 배터리 셀·소재 업체는 해당 JV가 FEOC에 포함될 것을 우려해 미 재무부의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와 새만금에 전구체,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거린메이(GEM)와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CNGR과 니켈·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미 재무부의 허용 기준에 맞춰 한국 기업은 중국과의 JV 지분율 조정에 나서야 한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CHIPS Act)에서 중국 측이 지분 25% 이상 보유한 합작회사가 FEOC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법과 IRA의 입법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25% 이상을 적용해줄 것을 미 행정부에 건의해왔다. 미 산업계는 미 재무부가 FEOC 관련 JV 지분율에 내국세법과 같은 50% 기준을 적용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기술 사용료 등을 받아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미국에 우회진출할 경우 FEOC가 적용될지도 쟁점이다. 현재 중국 CATL과 포드는 미시간주에 합작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은 셀 제조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CATL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세제 효과를 챙기게 된다면, 다른 미국 완성차 업체들 역시 LFP 기반의 중국 배터리업체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FEOC가 생산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할 경우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을 사용할 경우 2025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에 배터리 셀과 모듈, 분리막, 전해질이 포함된다. 핵심광물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흑연이 해당한다. IRA 세부지침은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 등의 ‘구성재료’도 핵심광물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FEOC 규제가 시작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재필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한국의 인조흑연 수입률은 95% 이상이어서 음극재 자립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제조 기술을 가진 기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광물에 FEOC가 적용되는 2년 안에 중국 업체를 배제하고 국내 기업이 자립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배터리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FEOC 규제 시행은 한국 기업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는 소재, 광물 등 공급망 다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FEOC 시행을 계기로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빠르게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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