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세 번째 거부권’
여당 “사회 갈등 우려되는 법”…야당 “국민의 결정 뒤집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 재의요구안’ ‘방송법 일부개정안 재의요구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안 재의요구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달 9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2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5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을 당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유를 직접 설명한 것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 때가 아니라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서야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세 번째 거부권 정국을 초래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은 지난달 17일 정부로 이송됐는데, 2일이 거부권 행사 시한이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방송3법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 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공익성이 훼손되고,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안 내용에 문제가 많아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는데, 그런 국민들의 입장을 가지고 판단을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사회 갈등이 상당히 심각하게 우려되는 법들이고, 방송3법도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법안 내용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 모여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이재명 대표는 “방송3법과 노조법 개정은 국민들 압도적 다수가 동의하는 법안”이라며 “행정부 수반이 다반사로 국민의 뜻을, 국회의 결정을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에 대통령께 ‘국회를 존중해달라’ ‘야당과 협치해달라’ ‘그러기 위해선 거부권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 얘기를 대통령께서 흘려들었다”며 “민주당은 오만한 정권에 대해 끝까지 대항하겠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과의 전쟁, 언론과의 전쟁,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향한 심판이 머지않았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유설희·이두리·김윤나영·박은경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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