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짝사랑이 내 에너지”
황의조 이탈…대표팀 발탁 희망
“득점왕 도전하는 데 동기부여
동료들 무조건 돕겠다 하네요”
득점왕이 걸린 최종전을 앞두고 긴장하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미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자의 여유만 돋보였을 따름이다.
울산 현대 골잡이 주민규(33)는 1일 울산의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나 “모두가 날 돕고 있으니 이젠 전북 현대와 K리그1 38라운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라며 웃었다.
2023 하나원큐 K리그1의 우승은 일찌감치 울산이 확정지었다. 이제 주말 최종전에서 개인상 수상자가 결정된다. 주민규의 득점왕 탈환 여부가 그 중심에 있다.
주민규는 3일 열리는 전북전을 앞두고 17골로 라이벌 티아고(대전·16골)에 1골 차 앞선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2일 FC 서울전에서 뒤집기를 노리는 티아고가 멀티골을 넣지 않는 한 주민규는 득점왕을 확정한 채 최종전을 치를 수도 있다.
주민규가 득점왕에 오른다면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아깝게 득점왕을 놓쳤던 지난해 역시 출전 경기 수에서 조규성(미트윌란)에게 밀렸을 뿐 득점은 공동 1위(17골)였다는 점에서 3년 연속 최고의 골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규는 “올해는 지난해와 정반대로 내 출전시간이 티아고보다 적어 유리한 상황”이라며 “동료들이 ‘무조건 도와줄 테니 득점왕은 걱정 말라’고 한다. 홍명보 감독님이 프리킥을 차라고 권하시고, 마틴 아담은 페널티킥(PK) 전담 키커를 양보하는 걸 보면 축구는 팀 스포츠”라고 말했다.
주민규의 3년 연속 득점 1위 도전은 토종 선수도 외국인 선수의 독무대였던 골잡이로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의미가 있다. 그는 “최근 한국 선수들이 공격수에 도전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게 기분이 좋다. 평범한 나도 성공한다면 후배들은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규가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태극마크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이다. 청소년대표 경험도 없는 그는 “축구대표팀에 뽑히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다그쳤다. 개인 능력으로 골을 넣지 못하는 건 나도 인정한다. 그래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골 결정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지금의 결과”라고 말했다.
묘하게도 태극마크를 마음에서 내려놓으니 또다시 희망이 생겼다. 불법촬영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노리치시티)가 내년 1월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황의조 대신 또 한 명의 공격수를 찾는다면 K리그1 득점왕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주민규가 득점왕을 사수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주민규는 “(클린스만 감독님이) 날 뽑지 않더라도 내가 경쟁력 있는 선수라고 평가만 해주신다면 영광이다. 나 외에도 좋은 선수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안다. 하지만 득점왕 도전에 있어 동기부여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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