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요, 스님 위치추적 좀...” 화재 접수보다 빨랐던 자승 제자 신고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69) 스님이 경기도 안성 칠장사에서 숨진 지난달 29일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이 담긴 119 녹취록이 1일 공개됐다. 1분 사이에 세 차례 119 신고가 있었고, 최초 신고는 자승 스님의 제자로 보이는 A씨였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이날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칠장사 화재 관련 녹취록’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 49분 35초에 신고자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에서 A씨는 “서울 논현동에서 전화 드린다”면서 “칠장사 인근에, 칠장사에 혹시 위급한”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휴대전화 전화번호를 불러 주며 “위치추적을 좀 해달라. 긴급하다”고 했다.
그러자 119는 “이 분(전화번호 명의자) 신고 들어온 게 없다. 누구냐”고 물었고 A씨는 “이 분의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느냐? 그 분은 저의 스승”이라고 했다. 119가 재차 “스승이요?”라고 묻자 A씨는 “스승. 스님”이라고 답했다.
칠장사에 불이 났다는 신고는 A씨가 119와 통화하던 도중에 접수됐다. 119측은 “지금 화재신고가 들어와서 출동 나갔다. 화재가 났다고 연락이 온 것이냐”고 묻자 A씨는 “자세히 모른다. 위급한 것 같다”고 했다. 119측이 “급하게 스님이 전화한 것이냐”고 하자 A씨는 “예”라고 했다.
칠장사 화재는 29일 오후 6시43분에 일어났고 칠장사 측은 6시50분 18초와 45초에 두 차례 화재 신고를 했다. 화재 신고 당시 칠장사 관계자는 “칠장사에서 불이 났는데 목조건물이라 조금 위험하다”며 “빨리 와달라”고 했다.
CC(폐쇄회로)TV 분석 등에 따르면, 자승 스님이 머물던 칠장사 요사채(승려 숙소)가 불길에 휩싸인 건 29일 오후 6시 43분쯤이었다. 자승 스님은 이날 오후 3시 11분쯤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칠장사를 찾았다. 칠장사 주지인 지강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자승 스님은 요사채에 홀로 머물렀다고 한다. 오후 4시 24분쯤 자승 스님이 휘발유 등 인화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요사채로 들어가는 모습이 사찰 CCTV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