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명품백’에 담긴 요지경 세상[책과 삶]

최민지 기자 입력 2023. 12. 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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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커스틴 첸 지음 | 유혜인 옮김
아르떼 | 284쪽 | 1만6800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에이바 웡은 아메리칸드림의 표본이다. 변호사인 그는 유능한 외과의사 남편 올리, 사랑스러운 두 살 아들 헨리와 아름다운 집에 산다. 어느 모로 봐도 완벽하지 않은 게 없다. 적어도 겉으로 볼 때는 그렇다.

하지만 에이바의 삶은 무너지고 있다. 결혼 생활은 파탄에 이르렀고 아이는 보모 마리아가 없으면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값비싸게 딴 로스쿨 학위는 육아로 몇년째 방치 상태인데 재취업도 어렵다. 망해가는 커리어로 초조함이 극에 달한 그때 20년 전 대학 룸메이트였던 위니 팡을 우연히 만난다. 촌스러운 카디건만 입던 중국인 유학생 위니는 이제 온몸에 명품을 휘감고 우는 헨리를 600달러짜리 가방 장식으로 달랜다. 에이바가 절박한 상황에 있음을 알아차린 위니는 은밀한 비즈니스 제안을 한다.

<모조품>은 에이바가 위니를 만나 짝퉁 명품 가방의 세계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위니의 비즈니스 모델이란 세계 명품 가방 가품의 중심지 중국 광저우에서 최고급 짝퉁 가방을 들여온 뒤 고급 백화점에 반품하는 것이다. 진품은 중고 거래로 판다. 이렇게 하면 원가의 10배에 달하는 돈을 챙길 수 있다. 죽이 잘 맞는 에이바와 위니는 곧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다.

책에는 두 사람의 사기 행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에이바가 위니를 만나고 범죄에 가담하는 과정은 마치 넷플릭스의 범죄 스릴러 시리즈를 보는 것만 같다. 이 과정에서 모범생 아시아계 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은 철저히 무너진다. 소비지상주의 세태와 중국 노동자 착취 문제를 꼬집는 데까지 나아간다.

소니픽쳐스가 드라마 시리즈로 각색 중이라고 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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