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섞이고 강요된 명상…진짜 ‘은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왜 혼자이고 싶은가
냇 새그니트 지음 | 김성환 옮김
한문화 | 420쪽 | 2만5000
극작가이자 소설가 냇 세그니트의 <우리는 왜 혼자이고 싶은가>는 세상과 거리를 두며 지내는 ‘은거’를 다룬다. 저자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반강제로 격리생활을 하게 되면서 은거에 관심을 가졌다. 집을 벗어난 저자는 사람들이 은둔하는 장소에 직접 가보고 관찰하며 여러 종류의 은거를 조망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예술가의 은거를 두고 “자신의 천재성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개념은 낭만주의 운동의 발명품일 뿐”이라고 말한다.
은거는 흔히 속세에서 벗어난 종교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종교인에게도 은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자칫하면 주변에 비교 대상이 없는 은둔 생활이 자아를 비대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은둔에서는 겸손이 강조된다. “수사들 대부분이 수도원 공동체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하지만” 이 중에서 겸손함을 갖춘 수사만이 걸어서 접근하기 힘든 동굴이나 오두막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저자는 웰니스형 은거가 변질되고 있는 현상을 포착한다. 저자는 소비력 있는 중산층이 선호하는 은거와 휴양을 결합한 시설에 직접 방문한 뒤 “현대식 자기 계발이 동양 종교와 서양 심리치료가 뒤죽박죽된 복합적 성격을 띠게 됐다”는 진단을 내린다.“차분한 환경 속에서 명상이나 기도에 몰두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극소수”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기업이 사내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마음 챙김’ 명상 또한 기만적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은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고통의 원인이 거의 전적으로 우리 내면에 있다”고 넌지시 주입한다. 이때 경영자나 사회구조적 문제는 자연스레 도외시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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