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용 보다 유동규 진술 신빙성을 인정한 이유는
징역 5년 "범행 일관된 진술, 세밀" vs "김용 알리바이? 못 믿어"
재판부 "민간업자 유착 부패범죄" 이재명 재판 영향은
박찬대 "사법살인같은 판결" 김종민 "방탄, 국민들에 안먹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재판부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폭넓게 인정한 반면, 김용 전 부원장의 알리바이는 믿기 어렵다고 배척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재판 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 재판에도 핵심 증인인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오락가락하는 거짓 주장이라는 논리를 펴왔는데,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
이화송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관이 1일 미디어오늘에 전한 김용 전 부원장 등의 판결에 대한 보도자료(판결요지)를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선고공판에서 김 전 원장에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억7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예상보다 형이 무겁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 김 전 부원장이 지난 2021년 5월3일, 같은해 6월8일경, 같은해 6월 하순 내지 7월초순경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6억원을 전달받은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전달받지 않은 1억원과 2021년 8월 초경 1억4700만원 등 모두 2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 부분은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원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뇌물죄) 위반과 관련해 2013년 4월 경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부분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비리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남씨가 김용 전 원장에게 전달한 6억원의 정치자금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달리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변호사)은 공공정범이라 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범행의 근거로 재판부는 김 전 원장이 세차례에 걸쳐 6억원을 받은 과정을 두고 “각 자금 조성과 관련해 관련자들의 진술이 대부분 일치하고, 관련 차용증, 차량 하이패스 및 진출입내역 등 객관적 자료로도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밝혔다.
유동규 진술을 두고 재판부는 “일부 일시 등에 부정확한 진술이 있긴 하였으나 1년 이상 지난 일을 더듬어 진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본질적 차이”라면서도 “범행의 주요 부분과 관련해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으며,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자료가 드러나지 않았고, 정치자금 전달 당시의 감각적 경험에 대하여 세밀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신빙성이 낮지 아니하다”고 판단했다. 정민용과 남욱의 진술을 두고도 재판부는 “유원홀딩스에서 자금을 받아가는 김용의 모습을 보았거나 자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스피커폰으로 들었다는 부분에 대한 진술 등 본인이 경험하지 않았으면 허위로 작출해내기(만들어내기) 어려운 구체적인 묘사를 하고 있어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재판부는 김용 부원장을 두고 “김용의 알리바이 주장은 피고인측 신청 증인이나 진술서가 객관적 자료에 배치되어 믿기 어려운 주장이거나, 그 주장에 의하여도 특정된 범행일시와 양립가능한 상황으로 보여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7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사실관계에 대해 재판부는 “2013년 4월 초경 유동규가 남욱으로부터 쇼핑백에 담긴 7000만원을 받은 사실과 그 전후 경위에 관해 유동규, 남욱의 진술이 대부분 부합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는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 후 남욱에게 3억원을 뇌물로 요구한 유동규가 처음 받은 금품을 피고인(김용)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유동규가 남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이를 소비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에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동규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26일 이전에는 혐의를 부인하다 그날부터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입장을 바꾸고 검찰도 모르는 이 사건(김용 전 부원장 정치자금법 위반)까지 제보하는 정황 등이 의심을 받고 있는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례법리 등을 종합해볼 때,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은 궁박한 처지를 이탈하려는 의도 혹은 피고인측이 지적하는 인간됨 등의 사정을 들어 일괄하여 배척할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진술에서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일관성, 여타 증거들과의 주요 부분이 합치되는지 등을 보아 구체적, 개별적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이 일부 부정확한 부분을 두고 재판부는 “정치자금 위반은 1년이 넘는 시간이 경과하였고, 뇌물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이후의 진술이라 모두 세밀하고 세세하게 진술하는 것은 무리”라며 “진술이 신뢰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는지, 범죄일시나 주요정황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지 등의 신빙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용 전 본부장의 행위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부당한 업무추진을 견제하는 책무를 핵심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방 의원인 김용과 성남시 산하 공사의 실세 기획본부장인 유동규가 대형 부동산개발 관련, 민간업자들(남욱 등)과 장기간 사업공모참여,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수수를 통해 밀접하게 유착되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범죄”라며 “직무 공정성 및 청렴성과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김용과 유동규 등은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를 시장선거일 직전 상대 후보측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루어지는 데에 이용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활용했고, 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려는 행태까지 보였다”며 “이런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김용 전 부원장이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도 않은 점도 양형에 참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의 판결 중 핵심 가담자인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민용 팀장이 무죄인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재판부는 “유동규, 정민용이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하지만, 수수자와 기부자(제공)의 지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기부자측 공범도 수수자측 공모공동정범인 것처럼 의율하면, … 처벌범위가 예측불가능하게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두 사람을 공범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하자 검사측히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해놓고 정작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다면서 이전 공소사실만으로 무죄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의 결과가 이재명 대표의 다른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민주당 내 반응은 엇갈린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자 친명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판결을 두고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다”며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유동규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는 이해하지 못할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돈 받은 적 없다는 사람은 유죄고, 돈을 줬다는 사람은 무죄라니 이런 판결이 공정하고 상식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사법 살인이 다시 반복되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비명계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판부가 유동규씨 진술을 인정한 것을 두고 “지금까지 유씨까지 잘못했고 정진상 또는 김용, 이재명 등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이게 하나 깨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레드팀을 가동해서 분석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계속 방탄을 유지(하면) 국민들한테 과연 먹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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