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이재명 측근 판결문 보니... “김용, 李 경선자금 필요했다”
“돈을 빨리 마련해 달라” 전화 등…구체적 진술, 신빙성 높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인정한 법원이 해당 자금이 이 대표 경선 준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유죄 증거로 채택한 결과다.
1일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 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김씨가 이 대표의 대선 경선을 위한 정치활동 전개에 정치자금이 필요하게 되자 유씨에게 경선을 위한 정치자금을 요구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수수한 정치자금은 (이 대표의) 경선 준비 등 공적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일정액이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범행 시기가 대선 경선 조직 구성과 준비 등을 위해 정치자금의 필요가 있었던 시점으로 판단된다”며 “예비경선 후보자 등록일 이전부터 경선 준비를 위한 사무실을 운영해 왔던 만큼 월세와 유지 비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유씨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결심공판에서도 “유씨 진술이 바뀔 무렵 검찰과 여러 차례 면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짜맞추기 한 정황이 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경선 비용을 자원봉사와 갹출로 해결했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선 대비 문건과 준비 규모에 비춰볼 때 그렇게 해결될 수 있는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자발적 지출이 있었다면 구체적 분담내역에 대한 자료가 다소 확인돼야 하지만 비용 결제 내역 등 객관적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 판단의 이면에는 유씨의 구체적인 진술이 존재했다. 김씨는 유씨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고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신빙성을 문제 삼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2021년 6월 8일 3억원의 경선자금이 전달되기 직전 김씨가 ‘돈을 빨리 마련해 달라’고 독촉 전화를 했다는 유씨의 증언이 남욱 변호사의 진술과 일치한다고 봤다.
특히 유씨는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받은 5억원 가운데 3억원만 김씨에게 전달하고 2억원은 자신이 보관하다가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진술했는데, 이 대목에서 거짓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불리한 허위 사실을 진술하고자 했다면 착복 사실을 숨겼어야 함에도 그대로 자인했다”고 언급했다.
유씨는 재판 과정에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남씨·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있을 때 김씨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통화한 내용을 함께 들었다고 말했다. 남씨 역시 이 내용을 떠올리며 “통화를 함께 들은 뒤 칼국수를 먹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지점에서도 유씨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유원홀딩스에서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외투 안에 넣어 옆구리에 낀 채 나가는 김씨 모습을 재연하자 재판부는 “임의로 동작을 꾸며낸 듯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울러 유씨가 김씨에게 2억원을 전달하며 “모기에 많이 물렸다”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진술 역시 신빙성을 인정받은 요인으로 풀이된다. 유씨는 돈을 건넨 시점이 2021년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쯤이라고 밝히며 “경기도청 북측 도로 근처 벤치에 앉아서 김씨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반바지를 입고 있어 다리에 모기를 많이 물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법원은 전날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김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6억7000만원을 추징하라고도 했다. 동시에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공정하고 청렴해야 한다는 사회 신뢰를 훼손했고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도 정면으로 훼손했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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