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연말결산] "아! 옛날이여"…스우파→싱어게인→미스터트롯, 답보
'스우파', '싱어게인', '하트시그널' 등 시즌제 예능의 한계가 밑바닥을 보인 아쉬운 한 해였다. 이전 시즌의 성공이 기대감을 부풀려 놨기에 실망은 배가됐다. 명성에 기대어 답습을 반복하다 큰코다친 꼴이다.
◆ '스우파2', 화제성 이어가기 실패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1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재야의 고수들을 무대 위에 올렸고, 춤 싸움을 붙였다. 대중이 모르는 사제간 '혐관(혐오관계)' 서사는 한 편에 드라마와도 같았다. 여성 댄서들이 박자를 맞춘 노래들은 틀어지는 족족 메가 히트곡이 되었다.
각종 SNS를 통해 수만 명이 따라 추며 함께 즐겼다. 대한민국에는 춤바람이 불었고, 댄스신이라는 업계에는 활력이 솟아났다. 아이키, 모니카, 립제이, 가비, 허니제이, 리헤이, 효진초이 등 스타 발굴에도 성공했다. 이들은 지속성까지 얻었다. 종영 직후 수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며 2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각종 예능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아쉽게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2'는 화제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전 시즌에서 댄서들의 애증 관계가 빛을 발하자, 비슷한 관계들을 찾아 끼워 맞추기에 급급했다. 공략법은 옳았으나 분량 조절에 실패한 모양새였다. 첫회부터 춤 싸움 아닌 말싸움에 집중한 것. 해오던 것을 답습할 때엔 기발한 묘수가 있었어야 하지만 싸움의 발단부터 화해 결말까지 인물만 바뀐 채 그대로 복사, 붙여 넣기 되었고 시청자의 반발을 샀다.
평가 기준도 문제가 됐다. 전문가의 평가는 등한시한 채 그저 인기투표로 전락한 '자본주의 맛'은 시청자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채점 비율이 대중 평가에 쏠린 탓에 모니카 등 전문적인 파이트 저지들의 냉철한 평가는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쥐약, 공정성 시비도 벌어져 큰 흠집을 남겼다. 바로 미션 영상 조회수 조작 의혹에 휘말린 것. 배틀 퍼포먼스 미션 당시 일부 크루의 영상 '좋아요' 수가 급증한 바 있다. 제작진은 "해당 데이터를 재점검하니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가 필터링 됐다"고 밝혔다.
악수를 둔 탓에 마니아층 시청자의 외면도 받았다. 후속 '스트릿 걸스 파이터2'는 시즌1과 마찬가지로 '스우파2' 각 크루의 리더와 멤버들이 심사 위원 자격으로 앉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스우파2' 하위권 팀을 배제하고 시즌1 라치카, 훅 등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했다. 인기에 눈이 멀어 나머지 팀들을 지지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응원한 매니아층 시청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 '싱어게인'→'미스터트롯', 스타 탄생은 글쎄?
'싱어게인'은 이무진, 이승윤이라는 스타를 배출한 JTBC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2는 마땅한 스타를 발굴해내지 못했다. 올해 다시 심기일전해 시즌3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스타성을 두루 갖춘 이는 보이지 않는 상황. '쾌걸 근육맨 2세'의 OST '질풍가도'를 열창하며 올(All)어게인으로 2라운드에 진출한 74호 가수가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한차례 3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2라운드 팀 배정에 불참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하게 된 것.
'미스터트롯2'도 마찬가지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높았다.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무려 송가인, 임영웅, 김호중이라는 원석을 찾아 톱스타로 만들었다. 1위 가수뿐만 아니라 장민호, 영탁, 정동원, 이찬원 등 '미스터트롯1'의 상위권 가수들 역시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몰고 다닌다. 이에 반해 '미스터트롯'은 범국민적 스타 발굴에는 실패한 격이다. 시청률도 20%(닐슨코리아 기준)를 웃돌며 선방했지만, 시즌1을 넘지는 못했다.
◆ '어쩌다 사장3', 잡음만 시끌시끌
tvN '어쩌다 사장3'의 경우 시청률은 떨어지고 논란거리는 늘어났다. 차태현, 조인성이 친분 두터운 스타들과 함께 상점을 운영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김밥 코너가 추가되어 음식 예능 포맷도 갖췄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비위생 논란에 휘말렸다.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출연진이 마스크와 위생 모자 등을 착용하지 않고 연신 웃고 떠들어 시청자의 비위를 건드린 것.
제작진은 "모든 내용이 미국에서 촬영되었고, 이에 현지의 복잡한 위생 규정과 관련법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오히려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짧은 시간 내에 사건을 요약해야 하는 방송의 속성으로 인해 위생 관리에 대한 연기자들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형편없는 음식 조리 실력도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미숙한 실력의 연예인들이 실수를 연발하며 장사에 혼신의 힘을 쏟는 맛을 보는 것도 음식 장사 예능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대기줄은 늘어졌고, 고객의 컴플레인까지 걸려왔다. 보는 이들의 불편함을 유발한 수준의 장사 실력은 작품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힐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 '하트시그널', '강철부대', '도시어부'…채널A의 뒷심 부족
채널A 시즌제의 동력이 유난히 아쉬운 한 해였다. 국내 최초 낚시 예능 '도시어부', 일반인 연애 예능의 시초, 원조 밀리터리 예능 '강철부대까지 채널A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포맷과 소재 예능을 선보였고 판도를 뒤집었다. 하지만 이후 시즌제를 거듭하며 타사의 규모와 참신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재깍재깍 왕좌를 내어주는 굴욕을 맛봤다.
절치부심하였으나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하트시그널'은 시즌4를 방송했으나, 고요하게 지나갔다. 이전 시즌은 출연진 화제성 하나만큼은 하늘을 찔렀다. 리스크도 많아 각종 논란의 인물들이 유명세와 함께 구설에 오르며 프로그램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시즌4는 마땅한 논란도, 대단한 인기도 얻지 못한 채 막을 내린 모양새다. '강철부대'도 스케일을 키웠으나 시청률 및 화제성이 신통치않은 상황이고, '도시어부' 역시 멤버 구성 변화를 모색했으나 큰 반향을 이루진 못했다.
iMBC 이호영 | 사진 iMBC DB | 사진출처 채널A, tvN, Mnet, 쇼플레이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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