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도 믿을 수 없는 네 남녀의 진실공방…연극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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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내와 바람을 피웠다는 남자의 집을 찾아간 제임스는 남자가 건넨 뜻밖의 질문에 당황한다.
아내가 자신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확신에 찼던 제임스의 말투는 점차 힘을 잃어간다.
제임스를 연기한 강신구는 "제임스가 믿고 있는 사실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한데, 정보 가운데에는 거짓말과 진실이 혼재되어 있다"며 "제임스는 나름대로 이야기를 꿰맞추려 하지만 그럴수록 미궁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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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당신, 정말 그녀를 잘 알아요?"
자기 아내와 바람을 피웠다는 남자의 집을 찾아간 제임스는 남자가 건넨 뜻밖의 질문에 당황한다.
아내가 자신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확신에 찼던 제임스의 말투는 점차 힘을 잃어간다.
오는 1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서울시극단의 연극 '컬렉션'은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는 혼란 속에서 펼쳐지는 작품이다. 관객도 대화를 주고받는 인물들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다.
변유정 연출은 1일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일상의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수많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흘러가는 작품"이라 소개했다.
작품은 동성 커플 해리와 빌, 부부인 제임스와 스텔라가 한 사건을 두고 갈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임스는 출장지에서 스텔라와 빌이 외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려 하지만 그럴수록 진실은 미궁에 빠질 뿐이다.
초반부 제임스가 스텔라와 빌을 추궁하는 단계에서는 빌이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빌은 곧장 스텔라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지어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제임스를 반대로 몰아간다.
제임스를 연기한 강신구는 "제임스가 믿고 있는 사실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한데, 정보 가운데에는 거짓말과 진실이 혼재되어 있다"며 "제임스는 나름대로 이야기를 꿰맞추려 하지만 그럴수록 미궁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출장지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제임스와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은 끝까지 당황하거나 감정의 동요를 보이는 일 없이 저마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주장할 뿐이다.
변 연출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가짜가 얼마든지 진짜처럼 보일 수 있는 시대에 잘 맞는다. 어쩌면 1960년대에 이 작품을 쓴 해럴드 핀터가 이러한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961년 이 작품을 쓴 핀터는 독특한 문체로 200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출신 극작가다. 일상적인 대화 중에 발생하는 침묵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그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분위기를 '핀터레스크'(Pinteresque)라고 일컫기도 한다.
'컬렉션'에서도 인물들은 대화를 나누다가 번개가 큰소리로 치는 순간 잠시 대화를 멈추고 서로를 노려본다. 말을 주고받기 전 상대의 몸을 불쾌하다는 듯 훑어보며 서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사가 없는 순간에도 배우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인물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스텔라와 제임스의 모습은 이들의 부부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빈민가 출신인 빌과 부유한 해리의 권력관계가 두 사람의 시선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변 연출은 "핀터의 작품은 일반적인 작품과 템포가 다른 것이 특징"이라며 "작품을 연출하며 관객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도록 극의 템포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은 배우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어떤 위치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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