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제한' 약속에도 농약에 노출된 야생호박벌

박건희 기자 2023. 12.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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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제사회가 화학살충제 사용량을 엄격히 제한하자는 내용의 협의를 이끌어냈음에도 야생벌들이 여전히 살충제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즈 런들뢰프 스웨덴 룬드대 생물학과 박사 연구팀이 유럽에 서식하는 야생호박벌이 모은 꽃가루 성분을 분석한 결과 꽃가루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으며 이 현상은 특히 경작이 집중되는 시기에 두드러졌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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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호박벌이 모은 꽃가루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살충제 잔류물로 분류되는 267개 화합물이 검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22년 국제사회가 화학살충제 사용량을 엄격히 제한하자는 내용의 협의를 이끌어냈음에도 야생벌들이 여전히 살충제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즈 런들뢰프 스웨덴 룬드대 생물학과 박사 연구팀이 유럽에 서식하는 야생호박벌이 모은 꽃가루 성분을 분석한 결과 꽃가루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으며 이 현상은 특히 경작이 집중되는 시기에 두드러졌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호박벌은 대표적인 수분 매개자다. 수술의 화분을 암술머리로 옮겨 식물이 꽃과 열매를 맺도록 돕는다.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야생 호박벌의 '대량 실종'이 보고되면서, 농경지에서 사용하는 살충제 등의 농약도 야생호박벌 멸종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빈대 방제용 살충제로 국내에서도 긴급 승인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대표적이다. 1991부터 유럽에서 사용돼 온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강력한 독성을 가진 신경 자극성 살충제다. 런들뢰프 교수 연구팀은 앞서 2015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야생벌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살충제가 농경지 해충 뿐만 아니라 야생벌까지 위협한다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자 2018년 유럽식품안정청(EFSA)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의 실외 사용을 금지했다.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2030년까지 화학살충제 사용을 50%까지 줄여 야생벌의 개체수 감소를 막자는 내용의 합의문이 승인됐다. 

그러나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외 일부 살충제는 농산물 경작을 위해 지속적으로 허용되고 있어 이들 살충제가 호박벌을 비롯한 야생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불명확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에스토니아,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등 유럽 8개국에서 사과, 콩, 해바라기 등의 농작지와 근접한 야생호박벌 서식지 316곳을 조사했다. 야생 호박벌이 모은 꽃가루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살충제 잔류물로 분류되는 267개 화합물이 검출됐다. 

이를 토대로 호박벌이 꽃가루를 모으기 시작했을 작물의 개화 전후 시기를 역추적해 농경지 주변에 서식하는 호박벌들이 살충제 성분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를 분석했다. 살충제 사용 시기와 맞물려 호박벌의 수분 활동의 추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살충제 위협이 높아질수록 호박벌의 수분 활동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꽃가루의 양도 살충제 사용량 증가와 함께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경작지 비율이 낮은 지역에서 34% 미만으로 발생했지만, 경작지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75%의 높은 확률로 발생했다. 

연구에 참여한 제시카 크납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 박사는 "살충제를 덜 사용할 때 호박벌이 건강한 수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현재 상황은) 호박벌이 수분활동을 하는 범위의 60%에서는 제대로 된 수분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런들뢰프 박사는 "야생벌 외에도 더 많은 수분 매개체 생태계가 어떻게 살충제에 노출되고 있으며, 그 잠재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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