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원주민연구로 문명·야만 이분법 무너뜨린 학자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12. 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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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계의 대모였던 마거릿 미드는 세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다.

1901년생이었으니 그 세대에는 더욱 파격적인 일이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다리를 다쳤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무리를 따라갈 수 없고, 먹이활동도 할 수 없으며,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다리뼈가 발견됐다는 건 누군가가 그 사람이 회복될 때까지 보살펴줬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 순간이 인류가 문명화한 첫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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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청소년이 사모아 청소년보다 불행했다"
마거릿 미드 (1901~1978)

문화인류학계의 대모였던 마거릿 미드는 세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다. 1901년생이었으니 그 세대에는 더욱 파격적인 일이었다. 언젠가 기자들이 그녀에게 "왜 세 번이나 이혼했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녀의 대답은 그야말로 우문현답이었다.

"당신들은 왜 내가 세 번이나 뜨겁게 사랑했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죠? 이해할 수 없어요."

미드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학구열 강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당시 대학 캠퍼스는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드포대학과 바너드대학을 다녔지만 그곳은 학문의 전당이라기보다는 좋은 신붓감이 되는 교양훈련을 하는 곳이었다. 그 무렵 미드는 미국 문화인류학의 창시자인 프랜츠 보애스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기를 맞는다. 보애스의 조교가 된 그녀는 타자기 하나 달랑 들고 폴리네시아 사모아로 인류학 현장연구를 떠난다. 그곳에서 미드는 사모아 청소년들의 사춘기 특성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사모아 청소년들은 미국 청소년들처럼 심각한 사춘기 갈등을 겪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이 연구로 미국 청소년의 인성과 성역할은 자연스럽게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교육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남성과 여성의 성지위는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그녀의 주장을 담은 책 '사모아의 성년' '뉴기니에서의 성장' 등은 미국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것을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연구한 그녀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는 놀라운 말을 잘했는데 이런 일화도 유명하다.

어느 학회에서 한 학생이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문명을 시작했다는 신호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미드는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흔적이 있는 다리뼈"라고 말했다. 돌도끼나 토기 등을 상상한 사람들에게 미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다리를 다쳤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무리를 따라갈 수 없고, 먹이활동도 할 수 없으며,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다리뼈가 발견됐다는 건 누군가가 그 사람이 회복될 때까지 보살펴줬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 순간이 인류가 문명화한 첫날일 것입니다."

그녀는 사회 참여에도 열심이었다. "깊게 생각하고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소수의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종종 말하곤 했다. 1978년 미드가 사망했을 때 그녀가 연구를 위해 오래 머물렀던 파푸아뉴기니 마노스 섬에서는 그녀를 대추장으로 예우해 장례식을 열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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